2010. 11. 30. 22:25ㆍDSLR 이야기/풍경
불국사
이곳에 오는데 무려 30여년이 걸렸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왔어야 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나니 이리도 긴 시간이 흘렀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왠지 모를 뭉클함이 쏟아지는 햇살처럼 무수히 반짝인다.
학창시절의 그 아린 기억과 함께 가슴까지 벅차오르며...
입구에 도착하니 세계유산이라는 글씨가 강하게 와 닿는다.
우리의 유산이 곧 세계의 유산..
자부심이 느껴진다.
천왕문을 지키는 수호신께 나의 존재를 머리숙여 고하고
안으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대면하는 불국사.
첫 느낌은, 뭐랄까...
웅장하고 색다르다.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
긴 시간동안 찬란했을 깊은 색의 단청은,
지나가는 가을에게 자리를 내 주고는 가볍고 초연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고
건물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돌들에게서도 만든이의 깊은 땀방울이 느껴진다.
오른쪽만 담아보고..
왼쪽도 담아보고...
좀 더 넓게..
가까이 다가가..
품고있는 긴 시간들을 느껴본다.
아치형의 저 굴을 쉼없이 드나들었을 그 무수한 시간까지도...
눈으로..
누군가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을 돌계단도 올라보고...
대웅전...
석등 속으로 보이는..
대웅전 앞에서 두 손을 모으신 저 어르신은 무엇을 염원하고 계실까...
그 옛날,
경건한 소리로 아침을 꺠웠을 고고한 북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가까이서 본 북..
한마리의 용이 휘감고 있는 북의 색채가 찬란하다.
찬란했던 역사와 함께 햇살을 받은 단청이 곱기만 하다.
빛이 좀 바랬다고 그 시간까지 지울수는 없을 것이고...
천년의 세월을 지켜 본..
저 용의 눈에 비친 세상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온화한 빛을 받은 단청은 무척이나 따뜻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평온하게...
푸르른 솔과 함께한 시간처럼..
강인하게 서 있는 저 불멸의 돌기둥처럼..
앞으로도 저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며 또 다른 역사의 증거가 되어 주기를...
20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