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머니 속의 바다

2011. 8. 3. 09:15내 삶의 흔적들/생각

 

 

친구들과 하루 종일 바닷물에 몸을 담근 채

굴이며 홍합이며 골뱅이를 잡으러 돌아다니다

더위 먹은 산 그림자 내려와 바닷물에 뛰어들면

그제서야 마지 못 해 허기진 신발을 끌고 집으로 향했었지

그리고 이미 내 몸은 바다를 닮아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산길은 배가 고픈지 연신 꼬르륵 소리를 토해내고

더듬거리며 산허리를 오르는 내 푸르른 피부를 뚫고

금새 송글송글 배어나오던 양수와 같은 태고의 바닷물

오르다 숨이 차면 고개를 돌려 안겼던 바다에 도둑 땀을 식히고

오르다 아쉬우면 멈춰 서서 매만졌던 가슴으로 그리움을 삭혔다

 

여름 한가운데에 서서 들춰보는 내 주머니 속의 바다

아직도 나의 등껍질을 뚫고 그때의 바다가 배어 나온다

 

 

 

그 바다가 그리운 날..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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