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에 대한 고찰
2011. 12. 26. 21:43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나는 하얀 눈이 좋다
눈 오는 날의 그 설렘이 좋고
가슴으로 전해지는 포근함이 좋다
순결함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고독과
그 속으로 보이는 푸른빛의 카리스마가 있어서 좋다
함께 걸어갈 때 들을 수 있는 그 만의 목소리가 예뻐서 좋고
내 발자국을 말 없이 받아주는 넉넉한 마음이 있어서 좋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치장해 주고
그들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빈 도화지 같아서 좋다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좋다.
새로운 시작 같아서 좋고 또 마지막 같아서 좋다
소리 없이 세상에 내린 날,
그 위에 나만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어서 좋고
시간이 지나면 또 그것들을 스스로 사라지게 해서 좋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말없이 덮어줘서 좋고
작은 것들까지도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줘서 좋다
서운했던 어린 추억을 생각나게 해서 좋고
즐거웠던 기억들을 스스럼없이 끄집어 내 주어서 좋다
그리움처럼,
크기에 상관없이 단단하게 뭉칠 수 있어서 좋고
내 마음의 크기만큼 언제라도 만질 수 있어서 좋다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해서 좋고
사무치도록 그리운 이를 생각나게 해서 더욱 좋다
나는 하얀 눈이 좋다.
눈 온 날,
그 하얀길을 걷다가...
201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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