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찻집

2012. 1. 17. 21:25내 삶의 흔적들/생각

 

 

 

시인의 노래 안개처럼 흐르고

화가의 붓이 자작나무를 간지럽히는 곳

찬바람이 노닐며 거친 손 녹이다

조용한 인기척에 자리를 비운 사이

언 길을 걸어 마주앉은 연인이

식지않은 사랑을 떠먹이고 있었다

 

넘치는 사랑에 목이 메이면

촉촉한 입맞춤으로 마른 가슴 축이고

차 한 잔, 사랑 한 술 어디 인색함 없어

흑벽 속의 추억들도 다투어 기웃거리니

침묵이 기거하던 그 찻집은 어느 새

사랑을 입은 봄 기운이 가득하였다

 

투박한 참나무들 은은한 고백에

얼굴까지 달아오른 난로 위에선

허벅지 만 한 고구마 알알이 누워

뜨거운 몸 뒤척이며 사랑을 받아내고

간간이 돌아눕는 구수한 향기에

도란도란 이야기들 밝기만 하다

 

차 향기 사이를 뛰어 놀던 이야기

얼음을 지치며 서산으로 향할 때 쯤

가지런히 쌓아 올린 장작 더미 위로

아쉬운 하루가 까치발로 지나가고

군고구마 향 그윽했던 그 찻집엔

고운 사랑이 또 하나 물들여 지고 있었다

 

겨울이라

결코 변색되지 않을 시간을 안고...

 

 

 

그 겨울의 찻집..

군고구마 같은 추억을 남기고...

 

 

 

201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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