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산

2012. 3. 23. 13:16내 삶의 흔적들/생각

 

 

 

봄비가 내립니다

쓰고 나갈 우산을 찾아 봅니다

갈빗대를 열어젖히고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슴이 뛰어 오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살아있는 소리, 정겨운 소리...

하루 종일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해가 나면 우산을 두고 가지 않게요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우산이 곁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까봐

또 통째로 잊어버리고 속상해 할까봐요

 

잊는다는 건 버리는 것입니다

내리는 비에 온 몸이 젖은 후에야 비로소

우산을 버리고 온 줄 알게 됩니다

다시 그 우산의 품을 그리워 하겠지요

 

기억 상실증에 걸린 가여운 환자 같이

그 많은 우산을 두고도 쓰지 못 합니다

그대와 또 이별을 했으니까요

 

해가 뜨는 날에도 달이 뜨는 날에도 그랬습니다

언제나 그대 안에서 이별을 꿈꾸었는지도 모르지요

잊고 있었던 녹슨 그대를 찾아 내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 두 손으로 꼭 잡아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그대의 포근한 사랑이 생각 납니다

찬비를 가려주던 따스한 가슴이 그리워 집니다

하지만, 그대와 함께 한 많은 이별로 인해

언젠가는 나도 서서히 우산이 되어 가겠지요

기억 저편의 누군가로 부터...

 

 

 

빗속에서 마음을 적시며...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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