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덩굴
2012. 4. 18. 22:11ㆍ내 삶의 흔적들/생각
아래는 보지 마라
저 건너 빨간 기와집이 외삼촌 집이다
그러니까 무서워 말고 저 집만 바라보고 건너라
어릴 적, 죽서루 옆 출렁다리를 건널 때 어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듬성듬성 엮인 바닥 밑에서 시퍼런 강물이 칼날처럼 나를 노려보니
경련이 일던 내 상기 된 얼굴도 점 점 시퍼런 강물처럼 변해갔다.
아득히 높고 좁은 곳을 건너갈 때 느껴지는 공포와
처음으로 흔들리는 것 위에 서 있는 아찔함이란...
온화한 미소로 처음 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던 외삼촌
그 따뜻한 미소와는 다르게 가는 길은 무척이나 무서웠다
아래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걸어가는 법을
해마다 아이로 태어나는 담쟁이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걸어가는 길은 모두가 출렁다리다
그래서 그는 저 먼 산 하늘 맞닿은 곳 만 보고 걸어간다
미끄러운 벽들을 거리낌 없이 오르는 담쟁이는
내가 신고 가던 까만 고무신 같은 질긴 신발을 신었다
아무 두려움없이 빈 틈 사이를 지나간다
아무 거리낌 없이 시퍼런 세상 속으로 걸어 간다
처음부터 고소공포증 따윈 모르고 태어난 송골매처럼...
내가 닮고 싶은 삶이다.
담쟁이를 닮고 싶은 날...
201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