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3. 09:50ㆍ내 삶의 흔적들/친구
다시 아침은 밝아 오고
늦은 밤, 은은한 목소리와 밝은 웃음소리들이 잠잠해지고
기찻길에선 어둠이 그렇게 몸부림을 치더니 마침내 그 위에도 새벽이 오고
간밤의 그 익숙한 재잘거림들이 다시 싱그러운 바다의 아침을 깨웁니다
창문을 열어 바다를 바라보며 짭짜름한 고향을 맡아봅니다
늘 이렇게 같은 자리에 있어 주니 참으로 고맙기만 합니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 보니 곰치국을 맛있게 끓이고 있네요
정성이 가득 들어간 곰치국 세 그릇을 비우고 나니 잠 못 이루던 간밤의 피로와 쓰린 속이 싹 사라져 줍니다.
아침을 먹고 차 한 잔과..
아쉬운 시간을 위해 들른 곳..
어달리 등대언덕에 오르니..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어부의 손 같은 억센 바람이 얼굴을 비벼 댑니다
그러나 결코 낯설지는 않습니다
가슴이 열리고 시야가 환해집니다.
이곳은 버미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는 카프리라는 커피숍입니다
색소폰을 연주하시는 분인데,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꽃들을 심어 아주 예쁘게 꾸며 놓으셨네요
참 고즈넉한 곳입니다.
자~~
처음 온 기념으로 찰칵..
하이고...
우리 친구들의 얼굴빛이 참 좋아 보입니다.
아직도 수줍은 18세 소녀가 있는가 하면..
따뜻한 도시의 여인도 있습니다.
아~~
여기 세월이 비껴가는 여인들도 있네요.
장독대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저 국화꽃처럼..
그녀들의 마음은 아마도 저 어여쁜 꽃을 닮았을 겁니다.
국화꽃 향기에 취해 꽃밭을 거닐다 보니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바람결에 전해 져 옵니다.
꽃들의 미소 인지 여인들의 미소 인지...
창밖에 서서 가만히..
그녀들을 소중한 시간들을 슬쩍 곁눈질해 봅니다.
서로의 휴대폰을 열어..
그 속에 담긴 소중한 일상을 보여 주기도 하고..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고..
환한 미소도 주고받고..
진지한 대화도 나누며...
그렇게 예쁜 시간들을 채워 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던 버미 친구는 씨~~ 익 쪼개고 있네요
혼자서도 참 잘 놉니다
저렇게 떨어져서 지켜보면 재밌나 봅니다. ㅋㅋ~~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나두 입 안 가득 커피 한 모금 음미해 봅니다.
요란한 먹구름을 보며 한 모금 넘길 때..
나도 모르게 버미 친구가 한 컷 찍었네요.
찍는 줄도 몰랐는데...ㅎㅎ~~
이마 위..
어느새 세월이 지나간 자리가 훤~~ 합니다.
더 이상 훤해지면 안 되는데...
꽃밭에 앉으니..
그녀들도 꽃이네요.
웃는 모습이 다르고..
서 있는 곳이 달라도..
그 아름다움은 모두가 같을 겁니다.
함께 걸어 주는 친구가 있고..
같은 곳을 바라 봐 주는 친구가 있고..
같은 느낌으로..
함께 웃어 주는 친구가 있으니까요.
때로는 부부 같은 친구도 있고..
아, 그건 아니지...
같이 서면 잘 어울리는 친구도 있고..
작은 미소에도..
언제나 환하게 웃어 주는 친구가 있고..
꽃밭에 앉으면..
꽃 보다 화사한 친구도 있습니다.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먹구름이 걷히나 봅니다.
우리도 날아오를 준비를 하며..
슬슬 날개를 손질해야 할 시간입니다.
등대의 모습은 밝을 때 잘 보이지만..
어두워지면 훨씬 더 밝은 빛을 발합니다.
우리가..
긴 그림자 드리우기 시작하는 인생의 오후를 걸어갈 때..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한 채,
좁은 골목길을 걸어갈 때에도...
친구는..
우리의 길을 인도할지도 모릅니다.
먼 훗 날,
옛 추억들이 그리워지고..
지나 온 발자취들이 보고파지면..
오늘..
우리가 지나 온 이 시간들을 떠올리며....
소중하고 아름다운 얘기들을 할 수 있겠지요.
웃으며 반겨 준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그 인연들에게......
우린..
또 긴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길인 듯, 길이 아닌 듯..
험난한 길을 가야 할 때도 있겠고..
가도 가도 끝없는..
고독한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음지 속의 저 푸르름처럼..
햇살은 언제나 이 세상 어디에도 비춥니다.
때때로 삶이 힘들고 아플 때..
친구를 찾으세요
친구는 바로 우리의 등대입니다
등대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환한 미소를 비춰줄 테니까요.
20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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