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 12:42ㆍ내 삶의 흔적들/친구
미륵산 펜션에서
황토집을 예쁘게 지은 친구의 집에서 어릴 적 귀한 친구들을 만났다
1년만의 만남이라 출발하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고
가는 내내 함께 할 그 친구들의 모습이 눈 앞에서 끊임없이 아른거렸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다가
허기진 뱃속에 알코올 몇 잔을 들여보내니 미륵산-뒷산- 꼭대기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렇게 뜨거워진 분위기와 열기를 계곡물로 식히며
이끼를 어루만지던 청정한 공기를 내 폐부 깊숙히 마음 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우정의 술잔을 부딪친다
그러는 사이에 서산에 걸린 해가 술잔 속에 붉은 하루를 조용히 물들이고 있었고
우정에 취하고 추억에 취한 우리는 처마 밑으로 스며드는 산속의 이른 어둠을 눈치 채지 못했다
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사이에
여름밤을 수놓은 별들과 허리 굵은 참나무와 소나무의 상큼한 체취는 들뜬 내 마음을 고요하게 잠재웠다
늦은 밤, 아쉽게 잠을 청하는 내 옆에서 친구인 양 쉼 없이 쫑알대던 목청 큰 귀뚜라미..
상큼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한 그 시간까지도 곁에 남아, 마치 샘물 같은 신선함을 한 입 가득 먹여 주었다
매미들의 애 닳는 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어나 바람이 비집고 들어오는 현관문을 열었더니
영롱한 이슬에 반사 된 눈부신 햇살이 어느 틈엔가 가을을 문 앞에 살포시 내려놓고 갔다
친구들의 미소를 닮은 그 어여쁜 가을을...
201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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