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4

2014. 9. 24. 10:21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잘 자고 일어났어?

어젠 비도 오고 오후엔 또 뜨거운 햇살이 내려서 많이 힘들었을 것 같구나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는 늘 푸른 하늘을 보며 그 투명함과 눈부심과 높음을 네 가슴 속에 담아두려무나

그래서 힘들 때 조금씩 꺼내보며 네가 보고있는 그곳을 엄마 아빠도 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며 힘 좀 내고...

또 가끔은 가슴을 열어 가까운 동기들에게도 팍팍 나눠주기도 하고...

 

어젠 김영준 중사님한테 감동 받았다

네가 소속되어 있는 분대에 아직 인터넷 편지가 오지 않는 친구가 있었나보더라

그런데 그 친구들을 일일이 한 명 한 명 거론하며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시더라

그 세심한 배려에 아빠도 무척이나 감동스럽더구나

그런 친구들한테 가족을 대신하여 편지라도 써 보내고 싶지만 오지랖 넓다고 할까봐 그렇게 하진 못했다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란 건.. 알지? ㅎㅎ~

모두 울아들 친구들이기에 아빠 마음도 짠 하더구나.

 

양주현 중대장님께서도 대단하시더라

경주 부근에서 약한 지진이 있었는데 피해보신 분들이 없는지 걱정도 하시고

너희들이 제식훈련을 받는 모습이 이제 좀 군인다워졌다면서 흐뭇하다고 하시더라

대단하시지? ㅎㅎㅎ~~~

그런 말씀을 들으니 냉동고 같던 아빠 맘도 좀 해동되어 가는 것 같더구나.

 

그런 분들 밑에서 훈련 받는 너희들은 정말 행운아들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울 아들도 그런 친구가 옆에 있으면 좀 더 위해 주고 다독여 주고 작은 것이라도 배려해 줬으면 한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외롭게 느껴지고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테니 말이야

너는 심성이 착해서 아빠가 얘기 안해도 잘 하리라 믿지만...

 

이천 호국원에 잠들어 계시는 네 할아버지도 6.25에 참전 하셨고 중사로 예편 하신거 알지?

할아버지께서 부대원들이 거의 전멸 하다시피 한 그 전장에서 살아나셨듯이

너도 할아버지를 닮아 그 어떤 상황하에서도 끝까지 버텨내고 모든 것들을 잘 수행 하리라 믿는다

넌 아빠 아들이니까...

 

어젠 커피에 쵸코파이도 먹었지?

아빤 안봐도 다 안다. ㅎㅎ~

맛있었지?
아마도 꿀맛이었을거다.

 

그래..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조금씩 조금씩 견뎌내 보는거야

그러다 보면 힘든 것도 잊을 정도로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자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힘든 훈련의 밑거름이 되리라 아빠는 확신한다.

 

목소리는 크게, 말은 천천히 또박 또박 하는 습관도 들여야 할거야

너도 아빠를 닮아서 급해지면 말을 빨리하잖아

그러다보면 발음도 잘 안되고 막혀버리고...

이 아빠도 그런 걸 많이 경험해 봤기에 늘 염두에 두면서 생활을 한단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

힘들게 배우면 잘 잊어버리지도 않게 되고 늘 소중하게 느껴진다

힘들게 생활한 만큼 그것은 나중에 큰 힘과 용기와 도전이 되는 거란다

삶과 죽음이 포탄의 파편처럼 튀기는 전장에서 피를 나누는, 목숨을 나누는 전우애가 싹트듯이...

잘 알겠지?

 

아들아, 오늘도 힘내고 화이팅 하는거야

김경영 홧팅~!!!

 

 

 

널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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