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5

2014. 9. 25. 22:16내 삶의 흔적들/얘기

 

 

 

 

 

경영아, 안녕~

간밤에도 잘 잤니?

어젠 무척 더웠지?

 

바깥에 나가보니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살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랬는지, 어젠 떡이랑 이온음료도 배식해 주셨더구나

격세지감이란 이럴 때 하는 말이겠지?

예전에는 감히 꿈도 못 꾸던 그런 먹거리들을 배려해 주시는 걸 보니 말이다

힘든 훈련 속에서도 그런 배식이 나올 땐 아주 달콤한 휴식이었을 것 같더구나

땀을 많이 흘릴테니 물도 많이 먹고 건강관리 잘 하길 바란다.

 

제식훈련이 끝났으면 이젠 무슨 훈련을 할지 모르겠구나

집총각개 훈련이나 사격예비훈련 쯤 할 것 같네

아빠 땐 고등학교에서 기초군사훈련은 다 배웠었는데...

그땐 교련이라는 수업이 있어서 제식훈련, 사격예비훈련, 영점사격, 총 분해결합, 총검술, 열병, 행군 등

-물론 실탄 사격이나 화생방 같은 훈련을 실제로 하진 않았지만-

네가 지금 받고 있는 그런 일련의 훈련들을 다 받았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필요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 그 땐 그랬었다

실제 총은 아니고 모형 총이나 나무 막대기로 만든 목총이긴 했지만 무척이나 진지 했었지

교련 선생님이 무척 엄하셔서 한 눈 팔 생각도 못하고 열심히 훈련받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 땐 그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었지...

 

어젠 14-14기의 수료식이 있었다

을지카페에 들어가면 하루에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볼 수 있어서 요즘은 많은 시간을 그 곳에서 머물게 되네

이러다 을카 페인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몰겄다? ㅋㅋ~

그걸 보니 부럽기도 하고 아빠의 맘도 급해져서 부대 근처에 있는 펜션을 하나 예약했다

4주 후엔 우리도 그 곳에서 반가운 상봉을 할테지...

 

연락을 할 수 있으면 그 때 먹고 싶은 것들을 좀 적어 보내 봐라

엄마의 간곡한 부탁이다

아직도 너의 피부 걱정으로 고기 얘기는 하지도 못하게 하는데..

그래도 힘든 훈련을 마친 아들에게는 좀 허락해 주겠지 뭐

벌써부터 그 날이 많이 기다려지고 보고 싶다

엄청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아직도 ...ㅠㅠㅠ

 

아빤 시간 날 때마다 102 보충대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을 애뜻하게 들여다 본다

화단엔 노오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웃고 있었지만 엄마나 아빠는 그렇게 환하게 웃진 못했다

아니,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왜 그리 두근거리고 답답하던지...

아빠 카톡 화면도 그 때 찍은 사진으로 바꿨단다. ㅎㅎ~

사람들이 아빠와 아들이 똑같다고들 하는구나

서울 한복판에서 찾으라고 해도 찾겠다고 농담까지 하면서...ㅎㅎ~

 

어제 저녁엔 훈련 받는 사진이 몇 장 올라 왔는데 아들 얼굴은 안보이더구나

입소하는 모습과 도수체조 하는 것, 그리고 제식훈련하는 것..달랑 몇 장..ㅎㅎ~

아빠 뿐 만 아니라 카페에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이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을텐데...

사진은 찍어가셨다고 하니 아마 곧 올라오리라고 본다

급하게 보면 체할 것 같으니 많이 숙성시켜서 보여 주시려나 보다.

 

이젠 엄마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시는 것 같다

며칠 동안은 얼굴이 말이 아니더니 차츰 혈색이 돌아 오시네

아빠도 많이 힘들었으니 엄만 당연히 더 하셨겠지...

그런데 아직도 네게 편지를 쓰는 건 좀 그런가 봐

좀 더 기다리다 보면 엄마의 사랑이 가득 묻어있는 마음의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거야

그 때까지는 아빠가 편지 할테니 부디 거부하진 말았으면 한다. ㅎㅎㅎ

 

이 편지를 받을 때 쯤이면 저녁이겠지?

그래..오늘도 고생 많았고 잘 참아냈구나

잘 견뎌낸 울 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오늘은 이만 줄일게

널 위해서 아빠는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잘~ 자고 또 힘찬 내일을 꿈꾸길 바랄게.

 

아 참...

어제 중사님께 여쭤봤더니 만약에 약이 떨어지면 의무대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준다고 하시더라

그러니까 네가 필요하면ㅡ더 심해졌거나 그런 기미가 보이면ㅡ적극적으로 말씀드려서 필요한 조치를 받았으면 한다

괜찮다고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이번 주에 일단 아빠가 한 달 분의 약을 타다가 부쳐 주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걸로 일단 더 치료 해 보자

알았지?

 

울아들 홧팅~~!!!

 

널 많이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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