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6. 20:14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오늘 하루도 보람있게 잘 보냈지?
날씨가 많이 더워서 땀깨나 흘렸을 것 같구나
내일은 토욜이라 오늘은 퇴근하고 밤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지금 쯤은 모두 피곤한 몸을 눕히고 곤히 잠들어 있을 시간이겠구나
훈련은 잘 받았지?
중대장님 말씀으로는..
오늘 정신교육과 군대예절, 걸음과 행진을 훈련했다고 하시네
그리고 점점 군인의 모습이 갖추어져가는 것 같다고 하셔서 아빠 마음도 흡족하구나
잘 견뎌내고 있는거지?
답장이 없어서 답답하긴 한데..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아들한테 이렇게 편지를 써 보겠니.
동료들과의 내무반-요즘은 생활관이라고 하나?- 생활은 좀 어때?
모두들 서로 도우며, 위하며 잘 지내고 있겠지?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살아 온 환경이 다르고 또한 성격이 다양해서 자칫 안좋은 분위기도 만들어 질 수 있겠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나보다는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
울 아들은 누구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커서 아빠는 그리 걱정은 안한다만
설사 주위 동료들에게 그런 분위기가 보인다면 네가 나서서라도 잘 마무리 해 주길 바란다.
오늘은 엄마랑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왔다
일요일인 낼 모래가 네 할머니 제사라서 미리 장을 본 거란다
카트 가득 장거리를 샀지만 그 속에 네가 좋아하는 초밥은 없었다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결국 사지는 못하고 왔네
그걸 맛있게 먹어주는 네가 없으니 살 이유도 없고...
대신 광어 회 한 접시 사와서 엄마랑 네 이야기 하며 소주 한 잔 했다
네가 군에 가고 나서 처음으로 아빠가 술 한 잔 했구나
그 동안은 네 생각하고 걱정 하느라 술 한 잔 할 생각도 못하고 보냈다
이렇게 한 잔 하고 보니 군에간 네가 더 애틋하고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러네.ㅎㅎㅎ
일부러 표현은 잘 안하지만 엄마도 마찮가지로 그렇겠지...
녀석..
아빤 네가 자랑스럽다
고생는 좀 하겠지만 그걸 고생이라고 생각하진 말고 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
아빠는 네가 잘 이겨내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넌 반드시 이겨내고 헤쳐나갈 거라는 걸...
재영이는 뭘 하는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네, 도서관에 간 건지...
설마 게임하러 간 건 아니겠지? ㅎㅎㅎ~~
말일 쯤 시험이라 요즘 좀 열심히 하는 것 같긴 한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진 잘 모르겠다
그 녀석도 너처럼 표현을 잘 안하니 그 마음 속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느낌에.. 형인 너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지는 하는가 보더라.
내일도 엄마는 어김없이 출근을 하시고 아빠는 친구 모임에 다녀올거야
그래도 밤이 되면 또 널 생각하며 컴터 앞에 앉아 있겠지...
이렇게라도 하루 일과를 나누며 너에게 편지 쓰는 시간이 좋구나
힘들게 훈련 받는 널 생각하며 너를 만나는, 지금 같은 이 시간이 좋다
메아리 없는 대화라 할지라도...
아들아~
제발 다치지 말고 정말 조심해서 잘 지내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 가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뭐든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만 하자
그런 생각이 모든 것들로 부터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잊지말고...
알았지?
주말에는 훈련이 없겠지?
그동안 쌓인 피곤함들 잘 풀고 평안한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
아들...잘자
또 편지 보낼게..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