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28. 00:14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
주말이라 좀 여유로운 시간 보냈지?
빨래도 하고 밀린 잠도 좀 자며 여유로운 시간 보냈으면 좋으련만...
아빠는 모임 갔다가 지금 들어왔고 엄마는 여전히 야근까지 하시고 퇴근 하셨다
재영이는 요즘 시험 공부한다고 영어 학원에서 늦게 왔나 보더라
울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데 멀리 떨어져 힘들게 훈련 받는 네 안부만 모르고 지내니 답답하기만 하다
내일은 네 할머니 제사가 있어서 네 고모들께서도 오실텐데 빈 방을 보고 놀랄 것 같기도 하네
아직 군에 간 걸 모르는 고모들도 계시거든...
그 동안에 있었던 너와 연관된 모든 일들을 다 얘기해 드릴 게
지금 한창 훈련 받는 중이고 또 특공대에 지원한 것도 모두...
차례 지낼 때나 제사 지낼 땐 네가 있어야 아빠 맘이 든든한데 한동안 좀 그럴 것 같구나
오늘은 아파트에서 무슨 축제 같은 걸 하느라 지금 이 시간까지도 시끌벅적 한데 울 가족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고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잡다한 소리들만 그저 덤덤히 듣고 있구나
네가 있었더라면 나가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며 영양가 있는 대화라도 나누었을텐데 많이 아쉽다
이런 날일수록 군에 간 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네 모습이 더 아른거리고 더 보고 싶다.
참..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편지봉투를 내밀어서 급하게 보니 네가 보낸 편지구나
가정 통신문과 수료식 초청 안내문 그리고 보고 싶었던 울 아들의 편지...
네 편지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일요일에 쓴 편지가 지금에야 도착했네
찬찬히 읽어보고 또 읽어 본 다음 지금 이 편지를 쓰는거란다
부형의견서는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고 엄마랑 같이 작성해서 보내줄 게
늘 네 피부 때문에 걱정인데, 이 의견서가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가지 부탁을 하자면, 시간이 날 때 글씨 연습도 좀 했으면 좋겠구나
글씨도 많은 연습을 해야 잘 쓸 수 있는거란다
좀 더 크게, 또박또박 쓰는 연습은 늘 해야한다
낙서를 하면서도, 노래 가사를 적으면서도 늘 조금씩 해 보면 제대할 때 쯤이면 많이 좋아질거야
무엇이든 그냥 얻어지는 게 없다는 걸 꼭 명심하구...
아빠는 요즘 네게 편지를 쓰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힘들게 훈련받는 네게 조금이라도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날 그날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이라도 전해 줄게
멀리 있어도 넌 언제나 엄마 아빠의 장남이니까.. 또 알아야 할 권리도 있구...
다행스럽게도 훈련소 환경이 좋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
그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잘 생활하길 바랄 게
모든 것은 네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계획하며 실천해 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도 명심하구...
내일은 네가 다니던 병원에 가서 약 타 올거야
그래서 월요일에 보내면 늦어도 3,4일 후에는 들어가겠지
틈틈히 잘 바르고 걸르지 말고 잘 먹고 빨리 완쾌되길 바란다
엄마 소원이니, 그 소원이 풀리게 네가 좀 더 애써 보거라
알았지?
벌써 밤이 깊었네
10시 좀 넘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2시가 넘었구나
울 아들 편안히 잘 자고 좋은 꿈 꾸렴
아빠도 오늘 밤 환하게 웃고 있는 네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또 소식 전할게~
사랑한다 경영아~
네가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