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8

2014. 9. 28. 18:29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주말인데 휴일 잘 보냈는지 모르겠구나

이제 1주차 훈련을 마쳤는데 기분은 좀 어때?

차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간 잘 쉬고 또 2주차를 위한 충분한 충전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오늘은 육개장 사발면도 먹고 아주 그냥 푹 쉬었다고 중사님께서 말씀 하시던데, 정말 잘 쉬었니?

종교활동 가서 맛있는 것들도 먹는다고 하던데 울 아들은 어디갔나 모르겠네?

상점을 받은 훈련병들 한테는 전화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은근히 좀 기대했었는데 감감 무소식...ㅎㅎㅎ~~

 

여긴 하루종일 뿌연 하늘이다

바깥에 나가보니 기온도 꽤 높고 후텁지근 하더구나

들판엔 벌써 벼들이 황금색으로 익어가고 간간이 이미 추수한 논도 보이고...

이젠 정말 가을이 많이 깊어진 것 같다

이 가을이 지나 또 한 번의 가을이 오고, 그 다음 번 가을이 오기 전엔 너도 온전히 민간인으로 돌아와 있겠지만

그 시간들이 언제나 올지..아직은 도무지 상상이 안가는구나.

 

아들을 군에 보냈던 아빠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더라

2년 금방 간다고...

엄마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군에 보냈었는데 어느 새 보니 제대할 시간이 되어 있더라고...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그 시간들이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엄마 아빠도 너도 잘 참아내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

어쩌면 엄마 아빠보다 당사자인 네가 더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너만 건강하고 잘 이겨낸다면 그 이상 더 바랄게 뭐 있겠니

부디 다치지 말고 부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고 주의해 주길 부탁 할 게

너의 건강과 안녕은 엄마 아빠에게도 모든 것이며 전부이기 때문이다.

 

주말엔 너도 종교활동을 좀 했으좋겠구나

교회도 좋고 성당도 좋고, 아니면 불교도...

힘든 상황에서 마음도 안정시키고 뭔가 새로운 에너지와 생각들도 만들며

엄마 아빠가 챙겨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또 다른 절대자에게 의지도 하면서 말이다

잘 생각해 보고 좋은 결정을 했으면 한다.

 

오늘 낮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약은 못 타 왔다

3주 분을 타 갔기 떄문에 3주가 지나야 다시 약을 줄 수 있다는구나

의료보험공단에서 승인이 안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갔다 와야겠다

아마 10월 5일 날 갔다가 오면 담 날 보낼 수 있겠지...

 

오늘은 할머니 제산데 너희 고모님들이 다들 일이 있어서 못 오셨구나

그래서 오늘은 좀 일찍 지내고 음복만 한 잔 하고는 이른 저녁을 먹었다

하필이면 네게 군에 간 후 첫 제산데 모두 못 오신다고 하니 많이 썰렁했단

너라도 있었으면 좀 나았을텐데 오늘은 엄마, 아빠, 재영이, 이렇게 셋이서 제사를 지냈다

아빠 양쪽에 두 아들이 버티고 서 있어야 마음이 든든한데 한쪽이 비어 있으니 왜 이리 허전하던지...

네 할머니께 소중한 울 장남, 잘 좀 지켜달라고 깊이 기도 했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무엇을 하던지 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할머니께도 넌 귀한 손자니까 잘 지켜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피부는 좀 좋아지고 있니?

상태가 어떤지 많이 궁금하다

수료식 날에는 완전히 다 나아서 온벽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구나, 네 엄마는...

그리고 잘 지내고 있다는 편지를 받으니 엄마 맘도 많이 편안해졌다고 하시는구나

오로지 너의 건강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고 늘 잊지말기를 바란다.

 

벌써 밤이 깊었구나

울 아들도 잘 자고 있겠지?

기온차가 심해서 자칫하면 감기 들기 쉬우니 늘 조심하구..

덥다고 찬물 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

컨디션 조절 잘 하길 바란다

또 소식 전할게~

 

경영아 힘내~

홧~~~팅~~~!!!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10  (0) 2014.09.29
편지..9  (0) 2014.09.28
편지..7  (0) 2014.09.28
편지..6  (0) 2014.09.26
편지..5  (0) 201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