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1

2014. 10. 1. 20:08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국군의 날 잘 쉬었어?

예전에는 국군의 날이라고 해도 그냥 그런 날로 생각하고 별 의미없이 넘겼는데

널 군에 보내고 보니 이젠 이 날이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구나

무슨 행사라도 하면 또 그런 거 준비하느라 고생 할 일도 생겼겠지만

아직 훈련병이니 그런 걸 할 일도 없을 것 같고 해서 아빠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반팔 셔츠를 입고 나갔더니 갑자기 쌀쌀해져서 한기가 느껴지더구나

그 곳은 일교차가 더 심하지?

아침 저녁으로는 벌써 추위를 느낄지도 모르겠네

추위를 그리 많이 타는 편은 아니라 걱정은 좀 덜 된다마는

그 쪽은 겨울에 워낙 추운 곳이라 은근히 신경이 쓰이네.

 

오늘은 창군 66주년 기념일..

휴식을 취하며 네가 좋아하는 삼계탕도 먹고..

쵸코파이에 특식으로 과자도 먹었으니 그야말로 편안한 하루였을 것 같구나

전엔 과자를 잘  먹진 않았었는데..군대에 가서 먹으니 꿀맛이었겠지?

네가 편지에서 말한 것처럼 그래도 12사단에서 훈련 받게 된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중대장님, 중사님, 이하 모든 분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다 신경을 써 주시니...

 

이제부터는 한동안 사격시즌에 돌입 한다고 하시더구나

사격을 잘 하면 포상으로 전화도 하게 해 주고 사격왕 스티커도 주신다고...

뭐니 뭐니 해도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격이지..

군대에서는 사격만 잘 해도 만사 Ok 라는 말이 있다

아빠는 사격을 아주 잘 했으니 울 아들도 아마 잘 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이 노력해서 사격왕도 되고 포상 전화도 자주 하고 사격왕 스티커도 받았으면 좋겠구나

사격왕 스티커는 방탄 헬멧에 붙일 수 있다고 하니 잘 해서 수료식 때 아빠도 좀 보여주고...

방탄 헬멧에 붙여 놓으면 폼 좀 날꺼야  그치? ㅎㅎ~ㅎㅎ

 

중사님께서 이러시더라..

포상전화와 상점전화에 대비해서 콜렉트콜 차단 서비스를 해제 하라고...ㅎㅎ~

아빠는 언제라도 전화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시라도 화해도 된다, 알겠지? ㅋㅋ~

 

네 엄마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계시고 재영이는 어제도 얘기 했듯이 요즘 열공하고 있다

어제는 새벽 5시까지 공부하다가 잤다는구나

아침엔 눈이 퉁퉁부어서 억지로 일어나는 걸 보니 좀 안쓰럽더구나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문제라고들 그렇게 떠들면서도 뭐 하나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그 해결책이 나올 때 까지는 어쩔 수 없이 교육부와 학교의 방침에 따라가야만 하겠지...

 

너도 알다시피, 요즘은 9시 등교인데도 아빠 출근 할 때 꼬박꼬박 학교가서 자습한다고 하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다

장남인 네겐 어려서부터 늘 공부 공부 하며 다그쳤었는데 재영이 한테는 그렇게 안했잖아

그래서 기초도 없고 성적도 바닦이었고..

이젠 스스로 해야 할 때가 됐으니 본인도 그걸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다

진작에 좀 느꼈으면 좋았으련만...ㅎㅎ~

 

아빠 엄마 재영이 모두들 잘 지내고 있어

여전히 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긴 하지만 잘 참아내며 지내고 있다

언제나 너의 안전과 건강이 걱정이지 뭐..알지?

늘 가족들을 생각하며 정신 바짝 차리고 눈 크게 뜨고 열심히 그리고 정적인 순간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울아들~

엄마가 많이 보고싶다는구나

다른 중대 보니까 분대별로 찍은 사진이 다 올라와 있던데 16기는 아직 사진이 안 올라와서 좀 그렇다

그래서 교회에서 찍혔(?)던 그 사진, 아빠 핸폰으로 찍어서 확대해서 엄마 한테 카톡으로 보내 드렸다

보고싶을 때 보시라고...

 

와우~~~

이게 왠일이냐?

아빠는 오늘도 널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있는데 엄마가 퇴근 하시며 네가 보낸 편지를 갖고 오셨다

세 통이 한꺼번에 왔더구나, 24,25,27일 날에 쓴 ...

얼마나 반갑고 감격스럽던지...ㅠㅠㅠ

편지가 그 때 그 때 도착하면 좋겠구만 이렇게 한꺼번에 오네

틈틈이 쓴 편지를 읽어보니 엄마도 아빠도 가슴이.. 뭉클하다

사실 ..많이 기다리고 있었거든..

너 102보에 입소 할 때 엄마가 우표 가져가야 한다고 그렇게 거시기 하시더니..

이렇게 우표 없이도 보낼 수 있는거였네.

 

그래.. 울아들은 잘 이겨 낼 수 있어

그리고 힘든 훈련을 받을 땐 고기 먹어도 괜찮아

먹어야 또 힘내고 버텨 낼 힘도 생기지...

암튼 고맙다 아들...

네 편지를 받고 나니 한결 힘이 생기는구나

엄마 아빠의 욕심은 매일 매일 너의 편지를 받아보고 싶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고 할 수 있을 때 편지 하렴.

 

경영아..

온 몸이 뻐근하다고 하더니, 좀 괜찮아졌는지 모르겠네

남은 시간 잘 쉬고 또 내일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 되기를 바래

울아들 잘 자~~^^

 

 

널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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