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3

2014. 10. 3. 20:45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도 훈련 받느라 힘들었지?

그래..고생 많았어

또 그렇게 보람있는 하루가 흘러갔구나.

 

아빠는 오늘 개천절이라 쉬었고 엄마는 회사가 바빠서 출근하시고...

재영이는 시험이 끝나서 늦게까지 푹 자고 일어나 하루종일 느긋한 시간을 보냈구나

낮에 녀석이 무료한 것 같아서 "코스모스 꽃 구경하러 같이 나갈까? " 했더니

"아니요, 그냥 쉴래요" 이런다

그래서 아빠 혼자 늦은 오후에 나갔다가 7시 쯤 들어 왔다

날씨는 화창하고 기온은 많이 내려가서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긴팔을 입었더구나.

 

3일 연휴인 이런 날, 가족끼리 어디 여행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너는 훈련 받느라 고생하고

엄마는 여전히 회사 일로 바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빠 가슴 만 답답하게 느껴지는구나

3일 연휴의 시작이라 메스컴에서는 여기저기, 모든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하는데

일하시는 엄마를 두고 혼자 어디 갈수도 없으니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아들 생각도 하며 개천절 휴일을 보냈단다.

 

아빠는 쉬고 있었지만 너는 보충교육훈련을 받았더구나

온 종일 받은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빨간 날이라 쉬는 줄 알았더니 사격술 예비훈련을 받았다면서?

일명 PRI 체조라고 해서, 나고 배기고 갈리는 훈련이라고들 하지...

첨 받아 본 느낌이 어때?

힘들었지?

 

구령 잘 하고 마지막 번호는 정신바짝 차려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아빠가 얘기 한 적이 있었는데..기억나냐?

낼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 온 몸이 뻐근 할거야

훈련 끝나고 저녁에 허벅지랑 종아리랑, 알배길 만 한 곳은 찬물로 한참 맛사지 해 주면 좋을텐데..

시간을 쪼개서 네 몸 안아프게 잘 관리하는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걸 잊지말고 내일이라도 그렇게 해 봐라

그렇다고 온 몸을 찬물로 하면 감기 걸리기 딱이니 그렇게는 하지 말구...

그렇게 하나 하나 배우고 익히며 점 점 군인다운 군인이 되어 가는거야

 

아들아..

아빠가 요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동안 네게 무심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심한 자괴감이 생기더구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왜 그리도 미안하고 미안하던지...

네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걸그룹이나 가수들은 누구인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너와 절친인 친구들은 누구 누구이며 전화번호는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리 많지는 않지만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것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은 무엇이며

아빠와 함꼐 했던 일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뭔지 등등...

 

널 군데에 보내고 나서 너의 빈자리가 자꾸 느껴지니..

아빠로서 다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모든 게 다 미안하고 아쉽게만 느껴진다

네가 했던 말처럼 꼭 말로 다 해야 아는 건 아니겠지만 지금의 이 상황 속에서는 진심으로 갖게 되는 아빠 맘이다

좋은 말들을 많이 못 해 준 것도 미안하고 좀 더 살갑게 안아주고 대해주지 못 한 것도 미안하고...

그래..그게 지금의 아빠 맘이구나.

 

아빠가 네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이젠 너도 성인이 됐으니 모든 걸 네가 알아서 해 나가겠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서로 허심탄회 하상의 하고 의논해야 한다

아빤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느라 많은 시간들을 허비했지만 네겐 엄마 이빠가 있잖니..

돌이켜 보니 아빠의 그런 환경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참으로 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을 가져 오더구나

그러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상의하고 되도록이면 좀 더 빠르게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

알겠지?

 

아빠 때와 지금은 사실, 시대도 많이 변했고 생각하는 것들도 많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의지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꼭 염두해 두고 생활 했으면 한다

암에 걸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도 누구는 일찍 사망하고 누구는 완전히 암을 이겨 내는데

극과 극의 형태로 갈리는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바로 살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하더구나

그래도 울 아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

가끔은 너무 느긋해서 좀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고쳐지리라 생각한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힘들거야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 이런 훈련은 언제 끝나나 하면서 피곤에 지친 너의 큰 눈을 깜빡이겠지...

그건 네 스스로가 또 하루를 무사히 보냈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잘 견뎌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꿀맛 같은 잠을 얄미운 기상나팔이 깨우더라도 듣기좋은 음악인 양 생각하며 기분좋게 아침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꼭 네 자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렴

그리고 스스로에게 잘 이겨내고 있는 너를 자랑스럽다고 말 해 주렴

넌 지난 하루를 열심히 했고 또 새로운 하루도 열심히 견뎌낼테니 말이다

본인 스스로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들도 널 사랑하게 된다는 걸 잊지말아라.

 

세수하고 거울볼 때도 그 속에 있는 얼굴을 보고 활짝 웃으며 사랑한다고 해 주고

힘들다고 느끼는 그 순간 순간에도 잘 이겨내는 네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꼭 얘기해 주렴

넌 귀한 내 아들이고 소중한 엄마의 아들이자 재영이의 듬직한 형이니까...

스스로 귀하게 대접해 주면 자존감도 커지고 자신감도 더 생기고 정신도 더 강해지는 거다

모든 것은 마음 가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꼭 명심하길 바란다, 알겠지?

 

이 밤은 또 이렇게 깊어가는구나

잠자리에 든 네 얼굴이 눈앞에 선 하다..에구 녀석...

뽀얗던 얼굴도 이젠 많이 탔겠지?

늘 하는 말이지만 항상 아프지 말고 다치지 않게 잘 관리하길 당부한다

잘 자구.. 엄마 아빠 꿈이라도 꾸거라

아빠도 오늘은 꼭 네 꿈을 꾸고 싶구나.

또 소식 전할게~

 

 

네가 그리운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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