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5. 20:22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간만에 편안한 휴식의 시간 보냈니?
힘들었던 훈련의 연속이라 푹 쉰다고 해도 그 피로가 다 풀렸는지 모르겠구나
나름대로의 소중한 시간이었겠지?
오늘 날씨 좋았지?
이런 날 깊어가는 가을을 감상하며 심신의 피로들을 풀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아쉽기는 하다.
재영이는 친구집에 간다고 아침에 나가더니 저녁 8시가 가까워지는데도 아직 들어오지 않네
엄마 아빤 오전 내내 집에서 있다가 오후에 드리이브 겸 해서 병원에 갔다가 왔어
오다가 의왕에 들렀었다
너와 함께 다녔던 그 칼국수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부곡 저수지에 들러 지는 노을을 보며 잠깐 바람도 쐬고...
이런 저런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왔다
예전 같으면 볶음밥 먹고 나서 냄비에 붙은 누룽지들을 알뜰하게 빡빡 긁어서 먹었을텐데
네가 없으니 누룽지 긁을 일도 없더구나, 좀 아깝긴 하더라
엄마랑 네 얘기하며 피식 웃었다.ㅎㅎ~
부곡은, 네가 5살, 재영이가 4개월 때 이사 가서 11년을 살았으니 엄마도 아빠도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거기서 어린시절을 많이 보냈던 너와 재영이도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네
엄마 아빠가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라 분양 받고 입주 할 때까지 기다리던 3년이라는 시간과
입주가 시작되고 이 것 저 것 준비하며 청소하러 다닐 때의 그 시간이 참 많이도 기쁘고 행복했었다고 엄마가 그러시더구나
어린 너희들에게도 맘대로 뛰어놀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 같아서 아빠도 물론 정말로 좋았었지.
너희들이 커가고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지금의 이 집으로 이사를 하긴 했지만
이사를 하기 전에 너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이사를 한 게 좀 마음에 걸리기도 하더구나
낮선 곳에서의 학교생활이 좀 힘들었었다고 언젠가 네가 말을 했었지?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착실하게 잘 커주고 이겨 낸 너희들이 참 고마웠었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뭐라고 말 한마디라도 해 줬으면 엄마 아빠가 좀 더 이해가 가도록 다독여주기라도 했을텐데
너나 재영이나 아무 말이 없으니 엄마 아빠는 너희들이 그저 아무 탈 없이 잘 적응하는 줄로만 알았었지...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두 놈 다 입은 무거워가지고...ㅎㅎ~
네 방 옷장 위에 두고 간, 완성되지 않은 퍼즐은 아직도 그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더라
언제 쯤 완성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 방 주인이 올 때까지 꽤 긴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 할 것 같구나
오늘 네 방에 들어가 잠시 서성이며 네 모습과 체취를 느껴봤다
간밤에 네 꿈을 꾸었는데 하루종일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등을 보이고 앉아 있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빡빡 깎은 머리가 아니고 긴 머리더구나
그래서 순간, 네가 아직도 군에 안간 줄 았았지 뭐냐 ㅎㅎ~
구릿빛으로 변한 얼굴을 아빠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돌아앉아 있었던 건 아니었지?ㅎㅎ~
아직도 을지카페 16기 훈련병 사진첩은 조용하구나
사진이 올라올 날 만을 훈련병 가족들이 모두 애타게 기다리는데...
아빠도 빨리 보고 싶다
앞으로 울아들 볼 날이 정확히 18일 남았구나..겨우..ㅋㅋ~~~~~
우리 조금 만 더 힘 내 보자.
내일은 3주차 훈련이 시작되는구나
이제부터 정말 힘든 시간이 될거야
지금까지 잘 견디며 참아 왔듯이 앞으로의 훈련도 잘 이겨내길 바란다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낼거라 믿는다.
휴일의 저녁..
남은 시간도 보람있게 보내고 동기들과도 잼있는 시간 보내.
시간이 되면 지금까지 아빠가 물어봤던 것들을 좀 적어서 보내줬으면 좋겠구나
매일 편지 쓸 필요는 없고 편지 쓴다고 너무 무리하지도 말구..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어떻게 조달하니?
필요한 것 있으면 편지해
챙겨서 보내줄게, 알았지?
경영아~
잘 자고 좋은 꿈 꿔..
만나게 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보람있을거야
홧 팅~~~~!!!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