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4. 20:48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안녕?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사격술 예비훈련을 받았다고 하시던데...
많이 힘들었을거라고 하면서 많이 위로해 주라고 하시더구나
고생 많았다 울아들..
그리고 잘 견뎌내줘서 고맙다
어제 얘기 했듯이 너 자신에게도 잘 이겨내고 참아내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애기해 주려무나.
그런 힘든 시기는 앞으로 해야 할 군 생활에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 될거야
그러니 힘든 훈련 잘 견뎌낸 자신에게 위로를 해 주라는 거다
알았지?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아빠 친구들이 들에서, 산에서 찍어 보내 온 사진을 보니 벌써 단풍도 들고
누렇게 익은 과일들의 탐스런 얼굴을 보니 가만히 앉아서도 계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되는구나
낮 기온은 뜨겁더니 저녁이 되자마자 갑자기 차가워 지고...
중사님도 감기에 걸리셨다고 하던데 울 아들은 괜찮은지 모르겠구나?
오늘 밤은 그 곳도 기온이 급격히 내려갈 것 같은데 컨디션 조절 잘 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구...
엄마는 오늘도 회사 가시고 재영이는 어제처럼 하루종일 집에만 있네
시험 기간동안 못 본 TV를 아주 실컷 보는 것 같구나
아빠랑 외출하자고 했더니 안간다고 해서 아빠 혼자 대부도 바닷가에 다녀왔다
답답했던 마음도 털어내고, 훈련 받느라 가을을 느낄 겨를도 없을 가슴 속에 있는 너와 가을도 느껴 보려고...
예전에 아빠가 20대 때 많이 듣던 노래 중에서 겨울아이라는 노래를 부른 박장순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그 분이 그 곳에서 불우이웃돕기 작은 음악회를 하더구나
좀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한참동안 흘러간 노래들을 듣고 왔다
좋아했던 옛 노래들을을 감상하고 났더니 꽉 막혔던 가슴이 한결 가벼워지더구나
아빠 잘 했지?
귀에 익은 노래들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는 동안 하루해는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고
그럴수록 세상은 더욱 붉게 타오르며 열정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더구나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도 하나 둘 떠오르기도 하며...
혼자라서 좀 그렇긴 했지만 꽤 괜찮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 벌써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을 하고 있네
예전 같으면 이런 저런 게임들 보느라 많은 시간들을 보냈을 텐데
네가 없는 지금은 별 흥미도, 느낌도 못 느끼며 16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갔구나
느낌으로는 시간이 엄청 안가는 것 같은데도 말이야
5회 연속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했다고 하니 선수들, 관계자들 모두가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했나 보더라.
모든 일들이 그렇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건 철칙 같은거니깐...
관람은 커녕 관심도 응원도 보내지 못했는데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네
그래도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울 아들도 잘 할 수 있어
그러니 홧팅해서 좀 더 힘 내 보자
엄마 아빠는 널 무한히 사랑하고 믿는 거 알지?
내일은 엄마가 모처럼 쉬는 날이란다
간만에 엄마랑 칠보산도 가고 피부과에 가서 약도 가져올거야
한 달 분 보낼테니 잊지말고 잘 챙겨먹고 빨리 완치되길 바란다
월요일에 아빠가 우체국 등기로 보낼께~
오늘도 힘든 훈련 잘 견딘 울아들..
잘 쉬고.. 잘 자길 바란다
편지 또 할게~
사랑한다 아들...
오늘도 널 생각하며 지낸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