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6

2014. 10. 6. 22:03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 안녕?

오늘 하루도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보람있는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몸은 좀 어때?

요즘 감기 걸린 사람들이 많던데..너도 그런 건 아니지?

오늘 회사에서, 지난 일요일 교회에서 찍은 사진들 봤더니 마스크한 동기들 많던데...

그래서 좀 걱정이 되더구나

근데..교회에서 찍어 올린 사진을 아무리 찾아봐도 네 사진은 없더라?

그래서 혹시 아파서 교회에 못 갔었나 했지...

아빠가 늘 잔소리처럼 말하지만 감기 안걸리게 조심해야 한다

먹는 거 잘 먹고 훈련 받으면서 덥다고 갑자기 땀 식히지 말고 찬물 마시지 말고...

 

오늘은 영점사격 했다면서?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결과가 좋아서 2중대가 기대 된다고 하시더구나

아들도 잘 했겠지?

뭐.. 잘 못했어도 또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모든 게 한 번에 다 잘 되다면 세상에 힘들게 뭐가 있겠니?

집중해서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거니깐 한 번 잘 못했다고 너무 기죽진 말길 바란다.

 

3주차 교육의 대부분은 김영준 중사님 개인 화기교육을 중심으로 진행 된다고 하시더구나

경계교육과 구급법도 배우고지만 연병장에선 PRI 도 무지 할거다, 그치?

힘은 들겠지만 이제 점점 군인답게 변모해 나가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해 지기도 한다

 

을지카페에 들어와 보면 그날 그날의 교육 내용과 훈련병들의 상태, 그리고 증식으로 나온 먹거리들까지 말씀해 주시니

뭔가 작은 소통이라고 되는 것 같아서 아들을 그 곳으로 보낸 많은 부모님들께서도 흡족해 하시구나

물론 엄마 아빠도 그렇다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공유 한다는 것 자체가 뭔가 믿음이 간다고 해야 하나?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엄마 아빠도 다가 올 23일 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루 하루 시간은 더디게 가고 그날이 과연 올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되고...

힘들게 훈련 받는 당사자들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오늘 퇴근해서 집에 오니 재영이는 괴외하러 갔는지 집안은 조용하고..컴컴하고

열어 둔 창문으로 들어 온 싸늘한 바람만이 주인도 없는 어두운 방을 빼곡히 채우고 있더구나

이젠 점 점 더 싸늘해 질텐데 늘 함께 하지 못하는 울 아들 때문에 더 춥게 느껴지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엄마는 회사에서 생밤을 한 봉지 사오셔서 삶아준다고 하시는데 그 고소함도 예전만 못하리란 짐작이 든다

그래도 집 걱정은 말구 네 건강에만 신경써 주길 바란다, 알았지?

엄마도 네 빈자리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시더니 이제 정말 많이 좋아지셨고

아빠도 매일 너의 일상을 간접 경험하며, 편지를 쓰며 공허함과 허전함을 많이 달래고 있으니까

너만 별일 없다면 엄마 아빠는...

 

아들~

미리 얘기한 것처럼 오늘 우체국 택배로 약 보냈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구나, 좀 일찍 도착했으면 좋겠다만...

엄마의 성의를 봐서라도 잘 챙겨먹고 좋은 결과를 바란다.ㅎㅎ~~

 

오늘도 힘들었을 네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꼭 얘기해 주고

좋은 밤, 편안한 밤이 되길 바래..

또 편지 보낼게..

울 아들 잘자~~^^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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