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3. 20:14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안녕, 아들~~
오늘 하루는 어땠어?
많이 힘들었지?
그래..수고 많았다
내 아들이 무척 장하구나.
오늘 하루, 어디는 강풍에 비까지 오고 또 어디는 하루종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도 참 크지?ㅎㅎ~
네가 있는 그 곳은 오늘 어땠을까?
거긴 여기보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을텐데..춥진 않았는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화생방 훈련을 했다고 하시던데, 많이 힘들지?
무엇이든지 교관님과 조교의 설명을 잘 새겨 들으면 고생도 덜 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무리 설명을 잘 듣고 열심히 따라한다고 해도 온전하게 가스실에서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훈련 받느라 오늘도 고생 많았다고 네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다
아들..고생 많았어~
또 한 번 큰 산을 넘은 것 같구나.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하루 하루 지나다 보면 어느 샌가 훌쩍 커 있는 , 강한 자극에도 견뎌낼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작은 자극들을 그렇게 받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큰 자극에도 덤덤해 질 수 있는 내성이라는 게 생기는 거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온실 속에서 자라서 참을성도 없고 고통도 잘 견뎌내지 못 한다고들 하지만, 아빠는 그 건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집에서만 생활하며 부모님들의 보호 속에서 자랐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런 상황들을 반드시 견뎌내는 힘과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걸 믿는다.
사회에 나가서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그것을 헤쳐나가는 힘을 기르는 첫 관문이 바로 군대라는 곳이다
낮설고 힘든 훈련 속에서 인내심도 기르고 사회성도 키우고 소통능력도 기르며 사회로의 첫 발판을 준비한다고나 할까?
군대에서 보내는 그 짧지 않은 시간들은 네 인생에 있어서 분명히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거라는 걸 아빠는 확신한다
그래서 지금의 그 시간, 시간들이 더 소중한 것이고...
울 아들은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잘 깨우쳐 나갈 능력이 있다는 걸 아빠는 믿는다.
고생 많았다고 보급관님께서 이온음료와 쏘세지도 주시고 칼국수도 주셨더구나?
많이 먹고 힘 냈겠지?
무엇이든지 잘 먹고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자
이제 10일 밖에 안 남았으니 말이다.
어제 아빠가 편지와 함께 사진 한 장 올려 줬지?
프린트 할 때도 사진들이 잘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려진 사진은 아주 잘 나왔더라
그래서 사진을 컴터 바탕화면으로 해 놓고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아주 열심히 보고 있다. ㅎㅎㅎ~
이게 최근의 사진이고 그동안 너의 힘든 시간들을 담고 있는 얼굴이기에 세상의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하니까...
울 아들, 정말 잘 생겼다.
아들...
내일도 힘든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자
무엇을 하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하자
그래야 다치지 않고 무사히 또 견뎌낼 수 있으니까
매일 매일 네게 편지쓰는 시간이 이젠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구나
네가 군에 간 이후에 아빠는 저녁 약속도 않하고 집으로 곧장 퇴근해서 컴터 앞에 앉아 있단다
늘 네게 힘이 되는 말을 해 주고 싶은데 얼마나 네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가 하는 말들은 아빠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넌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거란다
그러니 아들아..늘 열린 가슴으로 읽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때로는 듣기 싫은 말이 있을지라도...
알겠지???
밤바람이 썰렁해서 아빠 방 창문을 모두 닫았다
아무리 그래도 네가 있는 그 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텐데...
점 점 더 기온이 내려가고 있으니 늘 감기조심하고 건강관리 잘 하구..
잘 먹고 짬짬이 운동하는 것도 잊지말고...
내일도 홧팅하는 거 알지? ㅎㅎㅎ
기온은 차갑지만 동기들과 가슴 훈훈한 저녁 보내길 바래
잘 쉬어~~
사랑한다 아들...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