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4

2014. 10. 14. 20:05내 삶의 흔적들/얘기

 

 

 

계절이란 녀석..

예쁜 가을의 얼굴을 하고는 벌써 겨울의 입김을 뿜어대니 한결 편해진 것 같았던 음이 다시 얼어붙는 것 같다

가을로서는 한달이나 빠르게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고 이 곳 기온이 9도까지 내려갔으니 네가 있는 그곳은 오죽 했으랴

네가 군대에 가고부터는 모든 촛점이 네게 맞추어져 있어서 무엇이든지 널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추우면 추울 것 같아서, 더우면 더울 것 같아서...

정작 훈련을 받는 본인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도 왜 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아들...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

어제 화생방 훈련 받느라 많이 고생했을텐데.. 그래도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을 것을 생각하니 맘이 짠 하구나

울 아들, 고생 많았고.. 애 많이 썼다

 

오늘은 수류탄 던지기 훈련을 받았다면서?

정확히, 멀리 잘 던졌겠지?

4중대(15기) 사진을 봐서 어떤 훈련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자세히 올라와 있더라

너보다 먼저 입소한 중대에 가서 어떤 사진들이 올라와 있는지를 자주 들여다보거든...ㅎㅎㅎ

아마도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본다.

 

마음에 흡족하게는 볼 수 없지만, 조금이지만 이렇게라도 군대에 보낸 아들들의 하루를, 일상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오늘 보니까, 2중대장님도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과의 소통을 원한다고 써 놓으셨더구나

작은 것 같지만 부모된 입장에서는 그런 말씀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감사해 한단다

그렇다고 딱히 뭘 부탁하거나 누구누구를 특별히 달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 써 주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소통하고 싶다는 말씀 자체만으로도 어쩐지 믿음이 가고 든든해 지는 느낌이 들더라

울 아들이 비록 힘훈련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과 같지 않은 대접을 받겠구나 하는 편안함도 느껴지고...

 

2중대장님도 그렇고 부소대장님이신 김영준 중사님도 그렇고, 카페에 들어오시는 모든 부모들께서 많이 흡족해 하신다

부모된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넌 느낌이나 오는지 모르겠네? ㅎㅎ``

아니지, 훈련받는 너희들이 오히려 더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지도 모르겠구나

아무튼 그런 면에 있어서, 네가 그런 분들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참 다행스럽고 마음이 놓인다

네가 처음 그 곳에 갔을 때 12사단에 오길 잘했다고 했던 말이 실감이 나더구나

인복이 있다고 했던 말이 정말 기분좋게 다가오는 저녁이다

 

오늘 쯤, 우편함에 몇 장의 편지가 꽂혀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왔는데 오늘도 텅~~텅~~

얼마나 더 엄마 아빠의 애를 태워야 오려는지 원...ㅠㅠ

편지가 오지 않는 날에는 전에 네가 보냈던 편지를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어제는 그 편지 봉투 바깥에 일일이 네가 편지 쓴 날짜를 적어놨

한 눈에 봐도 언제 왔는지 볼 수 있게 하려고...

늘 편지를 쓰는 컴퓨터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네 목소리와 네 체온이, 네 얼굴이, 너의 그 순한 표정이 느껴지기를 소원하며...

 

참..

네가 컴터에 깔아놨던 카톡은 아빠가 삭제했어

언젠가 네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서...

컴터를 켜면 그게 네 핸드폰으로 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부터는 좀 그래서...

군대에 간 아들은 핸드폰도 없고 소통도 잘 안되는데 자꾸 그게 뜨니까 왠지 마음이 더 안좋더구나, 더 보고싶구...

켤 때마다 네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하며...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네가 고생한 만큼의 긴 발자국을 남기며 어둠 속에 묻혀 있는 하루...

이젠 다시 아침이 올 때까지 만이라도 온전히 편안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걱정 말라고는 하지만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어디 그럴수야 있겠니?

 

오늘따라 네가 더 보고싶구나, 엄마도 자꾸 연락이라도 왔는지 물어보고...

올 때가 되면 올거라고 말은 했지만 아빠도 은근히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

내일 쯤엔 네 손을 거친, 네 마음이 오롯이 녹아있는 편지라도 한 통 도착했으면 좋으련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하니까 오늘 밤엔 더 간절히 소원해 봐야겠다.ㅎㅎㅎ

 

경영아~

오늘도 수고 많았다

남은 시간 잘 쉬고.. 내일 또 환한 얼굴로 보자

잘 자구 좋은 꿈 꿔~

사랑한다.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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