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0

2014. 10. 10. 20:56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도 고생 많았구나

많이 힘들었지?

네게 있어서 오늘 하루는 어떤 날이었을까?

 

매일 매일 떠오르는 해 위치가 다르고 서쪽 바다로 붉게 빠져드는 또한 그 날 그 날이 다른 건,

힘들고 고단한 몸을 다그치며 보냈을 너의 하루나름대로 의미있는 하루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울 아들 또한 마가지였겠지?

 

오늘은 구급법과 경계교육을 받았더구나

증식으로 나온 쵸코바와 콜라도 맛있었지?

아빠도 한 모금 먹고 싶다..ㅋㅋ~

흐르는 땀을 훔치며 시원한 청량음료를 들이키는 네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네

그래도 내일은 주말이어서 고생 많은 아들 걱정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빠 핸폰에 저장 된 네 사진을 보여주며 네 얘기를 하게 되더구나

아직은 앳 된 얼굴이라고들 말하기도 하고 군복에 베레모를 쓴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금만 더 지나면 구릿빛으로 변한, 정말로 멋지고 강한 대한의 사나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특공대에 지원 한 것에 대해서도 많이들 놀라시더구나

널 아는 분들은 네게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면서, 널 다시 보게 됐다고 하시더라

아빠도 처음엔 네 결정을 받아들이느라 힘들었었다

많이 놀랐고 많이 걱정했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너의 내면을 알 수 있어서 많이 든든하기도 하더구나

 

전에도 몇 말했지만 이번에 네가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 엄마 아빠는 전적으로 믿고 존중하기로 했으니

이제 남은 건, 네가 어떻게 그 훈련들을 잘 견뎌내고 이겨낼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겠지...

알겠지, 장한 아들???

 

오늘 여긴 한 낮 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갔더구나

거기도 많이 더웠겠지?

더위도 더위지만 햇살이 뜨거워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아마도 구급법은 실내에서 했겠지만 경계교육은 연병장에서 해야 했을테니까...

 

이틀에 거쳐 편지 7통이 날아들다가 또 이틀 연속으로 텅 빈 우체통을 보니 왠지 맘이 허전하다

보고픈 마음에 혹시나 해서 일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 왔는데...

그래도 내일이 있고 또 그 다음 날이 있으니 조용히 마음 가라앉히고 기다려 보련다

한보따리 편지가 도착 할테니 말이다. ㅎㅎㅎ~

 

금요일 저녁 7시 11분이 지나고 있는 이 시간, 엄마는 오늘 회사에서 회식이 있다고 연락이 왔고

재영이는 아직도 귀가를 하지 않고 있는데,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 연락이라도 해 봐야겠다.

 

가을은 정말 결혼의 계절이 맞나 보다

여기 저기서 결혼 청첩장이 날아 들어오네

갈 수 있는덴 가고 그렇지 않은데는 무리하면까지 가진 않으려고 맘 먹고 있

지난 주말 , 이번 주 일요일, 그리고 담주 토요일 그리고...

다 찾아 다니다가는 아빠 허리가 휠 정도니...ㅠㅠ

 

요즘 주말엔 다들 설악산 쪽으로 단풍구경 가느라고 아주 난리가 아니다

새벽 3시부터 등산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밤차를 타고 다들 가는 모양이더라

아빠는 그냥 바닷가에나 가서 일몰이나 구경하려고 한

지난 번에 찍은 일몰 사진 한 장 보내니 잘 감상해 보도록...ㅎㅎ~

 

근데..아빠가 보내는 사진들이 프린트 해도 잘 나오긴 하는 건지 몰겠네?

그것에 대해서는 네가 한 번도 언급을 안하니 알 수가 없구나

그런 걸로 봐서는 사진이 안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빠는, 위에 보이는 풍경을 너와 함께 꼭 보고싶었다

일명 오메가라고 하는 건데..

이런 장면은 1년 중, 며 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라서 소중하단다

한 번 보면 기억도 오래 남을 것이고 그 기억은 추억이 되어 영원히 우리에게서 남아 있을테니까...

 

지난 겨울, 바람도 불고 많이 춥던 날..우리 네 식구가 서해에 나들이 갔을 때 있었지?

그 때도 혹시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마지막에 구름이 방해를 해서 못 보고 온 거 너도 기억나지?

왜 .. 그.. 큰 바람개비가 돌던 바닷가 말이다

그 때 아빠가 네게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이 바로 이거였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귀한 풍경이란다

지난주에 대부도 바닷가에서 담아 온 것이니 저 해가 엄마 아빠의 얼굴이라 생각하고 많이 감상해라.

 

편지를 쓰다가 보니까 8시 40분이 막 지나간다

재영이는 7시 40분 쯤 들어 와 영심히 TV 시청 중이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뭔가 맛있는 간식을 먹고 왔나 보더라, 저녁도 안 먹는다.

 

지금 쯤 울 아들은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겠구나

힘든 훈련을 잘 이겨낸 보답으로 네게 온 휴식이니 소중하게 잘 사용하도록 하구..

어쩌면.. 어제 아빠 엄마가 네게 쓴 사랑이 가득 담긴 소중한 편지를 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네가 읽은 그 편지들은 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가끔 생각나면 한 장 씩 들춰 보렴

힘들 땐 그것도 큰 힘이 될테니까...

널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 했고 또 널 떠올리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런 시간이 아련하기도 하지만 네가 있어서 또 행복하다

사랑한다, 아들...

잘 자고..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 보내길 바래~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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