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1

2014. 10. 11. 22:28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 하루는 잘 보냈어?

오늘은 쉬는 줄 알았더니 수류탄 예비훈련을 받았더구나?

하루종일 받은 건 아닌 것 같더구만 힘들진 았았는지 모르겠네

오늘도 한 낮은 여름처럼 뜨겁던데 ..그곳도 많이 더웠지?

많이 탔겠네..

뽀얗던 얼굴이 얼마나 검게 변했을지.. 감이 오질 않구나.ㅎㅎㅎ~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네 빈 방을 진공 청소기로 꼼꼼하게 밀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방 주인이 어딜 갔는지도 모른 채 오늘도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더라

아직 네 체온이 식은 것 같지 않은 네 방은 그 시계소리로 꽉 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썰렁하게 느껴지는 건 소중한 너의 빈자리 때문이겠지...

집은 늘 그렇듯이 네 빈자리만 빼고는 아무일 없듯이 그 자리에 잘 있다

 

경영아..

오늘은 네게, 어제 중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전해주고 싶구나

사격에서 불합격 받은 훈련병들에게 기죽지 말라고 하면서 말씀 하셨다고 하는데..

너도 들었겠지만, 그래도 읽는 것 하고는 다르니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격을 불합격하면 인생이 불합격되는가?
왜 이리 합격자들과 불합격자의 표정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여러분들은 "군 생활은 짧고 인생은 길다" 는 말을 모르는가?
군 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군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겠지만 여러분들의 꿈은 이게 아니지 않는가
잘해서 받는 포상전화?

어차피 조만간 수료관련 전화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여기서 불합격하면 다음에 잘 하면 되는 것이지 사격 결과로, 군 생활로 여러분들을 판단하지 말라
교관은 여러분들 군 생활을 잘 하게 하는 것도 목표지만 그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첫째는 허송세월을 안 하게 하는 것.

학창시절에 공부 안하고 사고 치고 군 생활을 잘 못 해도..그대들은 아직 젊다

군 생활 하면서 바뀌어서 공부하고 노력하여 성공하고 효도하고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사람으로 바뀐 아이들이 더 많다

잘 한 인원은 방심하지 말고 못 했던 인원은 포기하지 말라

아직 젊으니까 선택과 집중에서 늦은 것도 아니고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 될수 있다.

둘째는 가족에게 잘 하는 것.

가족에게 못 하고 친구 주변사람에게 잘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가족 건사를 못 할수 밖에 없다

뿌리를 모르는 사람이 나중에 자신의 아내와 자식에게 잘할 수가 없다

가족에게 못 한 버릇이 나중에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는 부정적인 사람이 되지 않게 하는 것.

어느 사회나 직장 구성원에서도 늘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똑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아무리 안 좋은 곳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뽑아 먹어 자신의 발전적인 역량을 키운다

부정적인 사람은 천국과 극락을 가더라도 불만을 품어낸다

그런 사람은 발전할 수 없고 자신과 가족들에게도 부정의 영향을 주기에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중사님 말씀이다

어때?

들은 것과는 좀 다르지?

그러니 잘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자꾸 하다가 보면 잘 하게 되는거니깐 울 아들도 넘 기죽지 말고..

울 아들은 잘 하겠지만,

중사님의 말씀을 인생 선배로서 주는 몸에 좋은 약으로 알고 잘 되새김질 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벌써 토요일이 다 지나가고 있구나

오늘 하루, 누구는 일을 했을 것이고 누구는 훈련을 받았을 것이고 또 누구는 고단한 몸을 쉬게 했을 하루...

그 소중했던 하루는 모두에게 결코 헛되진 않았을거다

 

내일은 휴일이니 하루 푹 쉬겠지?

모자라는 잠도 좀 자고 운동도 좀 하고 종교활동도 하며 보람있게 보내길 바란다

기온차가 심하니 늘 건강에 유의하는 거 잊지 말구..

알았지?

 

보고싶은 아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고 아무 일 없이 또 하루가 잘 마무리 되서 고맙구나

이 밤도 편안히 잘 자고 좋은 꿈 많이 꾸고 내일 또 보도록 하자

 

내일도 홧팅 하는 거 알지? ㅎㅎㅎ

잘 자~^^

 

 

널 많이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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