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의 겨울 화원
2024. 1. 27. 19:43ㆍDSLR 이야기/풍경
야생화 만개한 꽃밭에 들어섰습니다
날 선 바람이 득음을 한 듯 휘몰아치니
거북했던 명치에서 올라온, 비수 같은 눈꽃들이 격하게 춤을 추네요
시리게 피어 난 순백의 꽃잎들이 안개처럼 휘날리다
푸른 하늘에 부딪쳐 영롱한 무지개를 토해 내기도 합니다
바람이 피워낸 그 꽃들을 햇살이 다정하게 안아 줍니다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부신 꽃들을 담았습니다
설맹雪盲에 걸려 길을 잃을지라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툭 툭, 송이 째 낙하하는 꽃들의 공포보다는 덜할 테니까요
머물렀던 발자국들이 무례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아쉬움의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만큼
그 찬란한 꽃들의 미소를 온몸 가득 채우고 나왔습니다
그곳은 천상의 화원이었습니다.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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