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의 추억

2007. 7. 14. 20:59내 삶의 흔적들/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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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수지(어천지)를 지나다가 낚시터를 찾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핸펀에 몇장 담아봤다.물이 많이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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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꾼들이 살림망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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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다리위를 지나는 KTX(고속전철)을 담았다.

지금 광명역을 목전에두고 ...

이 저수지는 우리 집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다.^.~

 

                                         

 

 

 

 추석날의 추억

 

 

 

 

  

   탁 트인 수평선이 보고 싶었다

그것이 바다라면 더 좋겠지만 한 웅큼 손 안에 들어오는 조그만한 저수지라도 상관없다

작년 늦가을 이후로는 눈길 한 번 주지않았던 진흙이 묻어있는 낚싯대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작년 추석 날,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고는 졸리는 시간을 타고 평택 처가에 들렀다

얼굴 도장을 가을 햇살처럼 넉넉하게 찍고는 달짝지근한 식혜 한 사발도 게 눈 감추듯 삼키고 

나를 기다리는 관리형 낚시터를 찾았다

 

그곳엔 이미 터줏대감들 여럿이 자리잡고 있다

바쁘게 3.2칸대 두대를 쌍포로 배치하고는 밤 알 만하게 떡밥을 뭉쳐 대 여섯번 털어 넣었다

떡밥 갠 손을 닦고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한 바퀴 둘러 보는데 벌써 찌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햐~~

이거 오늘 대박 나겠는걸? 하고는 콩알 만한 떡밥 두개를 달아 넣었다

조금있자 서로 먹이 경쟁이라도 하는지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이쁜 찌가 솟아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연신 소리를 내며 챔질을 해댔다

손바닦보다 조금 더 큰 붕어들이 엉겁결에 바깥세상을 구경하고는 놀란 입을 뻐끔 거린다.

 

하늘을 찌르던 오른팔이 얼얼할 무렵 주위를 둘러보니

어라~ 언제 다 가버렸는지 주위는 고요하고 나와 내 그림자만 밝은 달빛을 어깨 가득 받고 있다

내가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나?

 

핸펀을 열어 시간을 보니 벌써 자정이 가깝고...

이제 슬슬 짐을 챙겨야지~  하고는 낚싯대 하나를 막 거두려는데 케미라이트 불빛이 갑자기 사라진다

 

물 속으로 가라앉는 입질...이건 분명히 잉어 입질이다

마지막으로 제데로 손맛 좀 보겠구나 하고는 힘차게 챔질을 했는데,  어~~~!

낚싯대가 도저히 세워지질 않는다

있는 힘을 다해 씨름하기를 한참...일어서서 만세를 부르듯이 두손을 치켜들고

왔다 갔다 하고 있으려니 힘이 점점 빠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발에 뭔가가 스친다 싶더니 만세를 부르면서 그대로 배치기를 하며 엎어지고 말았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물속은 꽤 따뜻했다

그 와중에도 그런 느낌은 왜 오는건지...

 

서둘러 물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정리해 보니 낚싯대 하나와 받침대 하나가 두 동강이 났다

신발은 온통 진흙 투성이고 속옷까지 차가운 기운이 밀려온다

그리고 왼쪽 턱에서도 피가 흐른다

 

에혀~~

이거 비싼거라 무지 아끼는건데...

 

턱에서 피가 나건 말건 그 와중에서도 부러진 낚싯대 걱정을 하고 있다

가방 안에서 나의 손길 기다리는 낚싯대가 몇갠데 뭔 걱정을 그리 하는지...

나를 애먹이던 그 녀석은 어딜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줄이 서로 엉켜서 엉망이다.

이그~~

얼굴이라도 좀 보여주면 보름달이라도 떨어지나?

 

줄은 모두 끊어 버리고 낚싯대만 대충 집어넣고는

털래털래 처가에 도착하니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진다

고개를 숙인 채 물에빠진 생쥐꼴로 기어 들어오는 모습이 가관이었나 보다

 

괜찮다며 시선을 피하는데도, 강제로 밀어넣어 주는

우황청심환 한 알을 찡그린 얼굴로 우적우적 씹으니 장모님 사랑이 느껴졌다

 

대보름 달이 내려다 보는 마당 한쪽 구석에서

차가운 지하수가 내 몸 여기저기를 마음놓고 구경하는 동안 오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보지못한 그 녀석의 얼굴을 궁금해 하면서도 다시는 낚시 안한다 다짐하며 긴 잠에 빠졌다

 

나는 가끔 낚시터에 가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언젠가 엄청 큰 잉어를 걸었었는데, 그 힘이 얼마나 장사인지 나를 끌고 들어 간 적이 있다고...

 

                           나는 오늘도 대어(大魚)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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