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군자

2007. 7. 14. 21:33내 삶의 흔적들/얘기

 

 

 

 성인 군자

 

 

 

 

 

   얼마 전, 운동을 끝내고 막 나오려는데

함께 운동하는 회원 중 한 명이 주차를 하고 있었다.

 

나보다 서너살 위라, 좀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리면 인사나 하고 가야지 하고는

큰 기둥에 한쪽발만 세우고 나른한 몸을 기대고 주차하는 차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까 , 뒷 범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것이 무슨 사고가 있었지 싶었다

 

워낙 꼼꼼하고 조심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 애마 상태는 늘 금방 뽑은 새차처럼 관리를 하는데

뭔 일이 있었는지, 내리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 곳을 가리키며 이유를 물었더니...

 

그 사람 대답인 즉,

아침에 회사에 도착해서  회사 앞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오후에 볼 일이 있어서 외출을 하려고 주차장에 갔더니 주차 관리원이 다가와서는 쪽지를 내밀더라는 것이다

 

어떤 여자 이름과 전화 번호가 적혀 있는, 그리고는 덧붙여 자초지종을 얘기 해 주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차를 빼다가 실수로 뒤에서 부딪쳤다고 한다

그리고는 연락처를 남겨 놓은 거라고...

 

그래서 어떻게 처리 했냐고 물으니까

다음 부터는 조심운전 하라고  주의만 줬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 덧붙인 말은

내가 별것 아닌걸로 마무리 했으니 아주머니도 누군가가 그런 사고를 내거든 한 번은 용서해 주라고 했단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정말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복 많이 받을 거라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손사래를 치고는

그게 아니고 약속을 지킨 것 뿐이라면서이렇게 얘기를 했다

 

 

   수년 전 초보자 시절에

운전이 서툴러 백 미러를 보다가 그만 앞에 서 있는 차를 들이받게 되었는데

4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그 운전자가 내리더니 별일도 아니라는듯이 깨진 범퍼를 발로 툭툭 차더니만

좀 낡아서 많이 부서 졌다며 그냥 가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아저씨도 나중에 이런 사고를 당하면 저 처럼 꼭 그 사람을 용서해 주세요"

라고 했다는데...

 

   오늘 문득 표시도 잘 나지않는 사소한 접촉 사고로

군자들이 다니는 대로를 막고는 큰 소리 쳐가며 옥신각신 하는 두 운전자를 보면서

갑자기 성인 군자같은 그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의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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