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만들던 날
2007. 11. 17. 16:54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메주 만들던 날
지금 쯤 시골에서는 콩을 삶는 냄새로 온 마을이 덮여 있겠지?
물에 불린 메주콩을 커다란 가마솥에 가득 넣고는 차가워진 계절을 느끼며 부엌 아궁이 앞에 비껴 앉아
여름 한 낮의 태양 같은 장작불을 때고 있을 텐데...
한참을 가마솥 안에서 몸을 단련하고 나온 뜨거운 콩을 두 손 위에 올려놓고는
그 뜨거움에 놀라면서 후~후~불어가며 맛있게 먹던 기억과 됫박 같이 생긴 정사각형 나무틀 속에
절구로 찧은 메주콩을 가득 담고는 그 위에 올라서서 자근자근 밟던 기억들
뭐가 그리 좋은지 서로 밟아 보려고 장난을 치다가 혼이 났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아련하다
눈이 내린 어느 날,
볏짚으로 엮은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그 딱딱한 메주를 보며
반쪽의 몸으로 삐죽 튀어나온 녀석들을 어렵게 골라 곰팡이를 피해서 강제로 떼 내어 맛있게 먹던 일들도 생각난다
그때의 그 콩 반쪽의 고소함이란...
어렸을 땐 연중행사로 볼 수 있었던 이런 광경을 이젠 아득히 먼 옛날의 일로 만 기억하고 있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내 삶의 작은 조각들이 이렇게 그리워지는 건 왜 일까.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