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21. 23:45ㆍ내 삶의 흔적들/얘기
이 불
며칠 사이에 밤 공기가 차가워졌다.
침대 위에 이불이 두개가 겹쳐져 있기에 물었더니
추울 것 같으니 두개를 덮고 자라고 한다.
웬만하면 보일러 좀 켜 주지 얼마나 아낀다고 저러나...
내 방은 22도, 막내와 집사람이 자는 거실은 25도가 넘었다.
아니, 사람을 이렇게 괄시를 하나?
이불 두개를 포개어 덮고 잠을 청하는데 묵직한 무게가 배 위로 전해진다.
잠시 후, 따뜻한 기운과 함께 옛날 생각이 아련히 떠올랐다.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부뚜막에 걸린 솥에 나무를 때서 밥을 하고는
몇 개의 굵은 나무를 아궁이 깊숙이 넣어 두곤 했다
그 통나무는 서서히 타면서 밤 새 방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밤 9시쯤, 새파랗게 풀 먹여진 두꺼운 솜이불을
내 키보다 높은 농 위에서 낑낑거리며 들고 와서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힘겹게 위치에 맞춰 깔았다.
가물거리는 불빛과 함께 조용히 이불속에 묻히면
아직 온기를 담지 못 한 이불의 낯선 느낌과 함께 배위로 느껴지던 그 묵직한 무게들...
난 그 무거움 느낌이 싫었다.
한 뼘은 됨직한 그 이불의 무게감이
지금도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걸로 봐서는 어린 나이에도 꽤 버거웠던 것 같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가 나는 이불 홑청에 얼굴이라도 닿으면
또 한 번 전해오던 그 시린 차가움도 싫었다.
그래서 들어간 자세 그대로 한참을 꼼짝 않고 기다리다 보면 차츰차츰 그 이불이 친절해 졌다.
그러다가 방안의 어둠이 꽤 익숙해질 때 쯤
배 위의 무거움도 진통제를 먹은 것처럼 서서히 사라지고나도 깊은 잠속에 빠져 들었다.
공기조차 힘들어 하는 긴 겨울의 새벽,
아침을 하시는 어머니의 손길이 바빠질 때 쯤 아랫목은
이불 무게에 익숙해진 6남매의 꼬물거리는 작은 등으로 채워졌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리 밀고 저리 밀고...
말리는 사람이 없으면 한바탕 요란스러움으로 해서
잠을 깬 파란 아침에 전해오는 그 따스함에 늦잠을 자기 일쑤였다
벌써 그런 계절이 돌아왔다.
내일은 쉬는 토요일.
오늘은 따뜻한 방바닥에 등 붙이고 그 때의 따스함을 한 번 느껴봐야겠다.
내일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올라도 아는 체 하지 말라고 당부도 하고
꽁꽁 언 마음과 지친 몸을 실컷 호강시켜 줘야겠다.
2008.11.21..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