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2008. 12. 31. 00:05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에게

 

 

 

 

 

 

 

 

계절을 아름답게 물들였던 예쁜 단풍잎은

이미 오래전에 또 다른 가을을 꿈꾸려 긴 잠 속으로 빠져 들었고

하얀 눈들은 그 위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위에 또 다른 날들을 그려 나간다.

 

아들아?

어느 덧 너의 꿈 많던 중학교 시절도 끝나가고 있구나.

이제 칼바람 부는 긴 겨울이 지나고 나무들이 새 옷을 갈아입는 날이 오면

너도 그 속에서 좀 더 성숙하고 의젓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 있겠구나.

어느 날 갑자기, 아빠만큼 커 있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빠의 마음은 무척이나 든든하단다.

 

네가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들은

결코 쉬운 시간이 아니었음을 아빠는 잘 안다.

꿈만 꾸면 언제든지 이루어지리라는 천진한 생각들과

언제나, 가을의 고즈넉한 그 아름다음처럼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 지리라던 지난날의 어린 생각들은

이제 좀 더 큰 희망을 위해 너의 추억속에 넣어 둘 시간이 온 것 같구나

 

그동안 네가 봐 왔던 그 찬란한 계절과 어우러져

너와 함께 할 시간들도, 그리 힘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앞으로 네가 부딪쳐야 할 시간들은 결코

너에겐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너의 시간들과 함께

 몇 번의 계절이 거친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나면

마침내 환한 미소와 기쁨의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함께했던 16년의 시간들...

그건 결코 헛되지도 무심하지도 않게 지나왔다

앞으로 네가 시작할 3년도 반드시 그렇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아빠가 했던 말 기억나니? 

 

"네가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6년이 시작 된다" 고 했던 말, 말이야

 

"평생 동안  너와 함께 할 시간 중에서

이제부터 시작되는 6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거라"고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하고 있겠지?

 

이제 그 6년 중에서 3년이 지나갔구나.

그동안 살갑게 대해 주지도 못 하고

대화도 별로 나누지 못 한 게 아빠는 늘 미안했다.

그래도 여러 가지 힘든 상황도 잘 이겨내고

착하게, 말없이 그저 묵묵히 따라와 준 네가 고맙구나. 

늦은 밤까지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미안하기도 하단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

네가 원하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까지 네가 애써왔던 시간들은

보다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고 생각하자

목표를 세운 선수가 몇 달을, 아니 몇 년을 열심히 땀 흘려 가며 연습을 하는 건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큰 시합에서 이기려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걸 너는 잘 알거야.

9년 동안 부단하게 연습한 결과를 밑거름으로

이제 3년 이라는 새로운 땅 위에 튼실한 싹을 틔워야만 한다.

부담스러워 하는건 잘 알지만 아빠는 네가 반드시 해 낼거라 믿는다.

 

그래, 이제 그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 된 거지.

그  동안 힘들게 지내 온 시간들을 딛고

결코 포기하지도 말고 낙담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가다가, 가다가, 때때로 지치고 힘들 땐,

그 땐 아빠 어깨에 기대어 서러운 눈물을 흘려도 괜찮아

그렇다고 아빠가 흘렸던 눈물만큼은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흘려야 할 눈물이라도 되도록 아빠보다는 덜 했으면 좋겠구나.

이 아빠가 조금이나마 네게 보탬이 되어 줄게.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걸 명심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인고의 시간이 지나야 좀 더 크게 성숙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설령 네가 목표했던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 해도 아빠는 실망하지는 않을거야

네 자신이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이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너의 큰 키를 스치고 지나갈 때쯤이면

아빠의 마음도 너를 향해 더 가까이 서 있을 거야.

때로는 기대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업혀도 보고, 응석도 부려보렴.

 그리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함께 가져보자.

언제든지 너를 지키는,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어줄게.

알았지?

 

 

 

 

 

 

 

 

아들아!

 

고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빠의 마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덩치가 커진 만큼 생각의 크기도 그에 뒤지지 않게 잘 여물어가기를 바란다.

가슴을 열고 또 다른 새로움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 보는 거야.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겁내지 말고 씩씩하게 걸어가 보자.

 

거기엔 너의 이상을 마음껏 펼칠 넓은 세상이 있고

생각한데로 이룰 수 있는 너의 꿈이 있으니까.

 

사랑하는 아들아!

새로 돋아나는 너의 힘찬 날개를 펼쳐라

그리고 그 속에 꿈과 희망을 담아 마음껏 날아 올라라.

  

 

 

2008.12.31.

 너를 많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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