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팔

2009. 2. 26. 08:47내 삶의 흔적들/얘기

 

 

 

천사의 나팔

 

 

 

 

 

천사의 나팔이라는 꽃나무를 분양해 온지도 어언 1년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꽃 피울 생각은 안하고 위로만 크는 녀석의 몸에 나쁜 짓을 했다.

 

좀 잔인해 보이긴 하지만 여러군데에서 자문을 구해 본 결과

봄이 오기 전에 잘라주면 가지가 나와서 넓게 퍼진다고 했다.

 그리고 짙은 향의 큰 꽃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1미터도 넘게 자란 녀석을 자르자니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먼 미래를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20쎈티 쯤 되게 몇 개를 잘라 물병에 담가 두었다.

녀석들의 몸에서 뿌리가 돋아나면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서

심심할 때 서로 의지하는 친구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머지않아 이 녀석의 친구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만 참아라.

지금은 비록 보잘 것 없는 앙상한 빈 몸이지만

너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따사로운 햇살이 너의 창가로 다가오면

그 몸에도 멋진 싹이 올라와 예쁜 가지로 커 줄 거다.

 

너도 나도

그 찬란한 봄을 기다려 보자.

 

 

 

 

2009.02.23.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의 눈  (0) 2009.03.03
고등학생  (0) 2009.03.02
잠꾸러기  (0) 2009.02.23
발렌타인 데이  (0) 2009.02.18
아들에게  (0) 2008.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