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맞추던 날

2010. 1. 30. 13:51내 삶의 흔적들/얘기

 

 

 

 

 

 

안경 맞추던 날

 

 

 

 

 

 

요즘들어 부쩍 가까이에 있는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안경점에 갔다.

검사를 하니 시력도 나빠지고 노안이 와서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한단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다촛점 렌즈를 권한다.

그게 뭐냐고 했더니

렌즈 위쪽엔 멀리 있는 게 잘 보이도록 해 주고 아래쪽엔 가까이 있는 물체나 글씨를 잘 보이게 해주는 렌즈란다.

 

그런 건 아직 써보지 않았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좀 어색해도 쓰다보면 익숙해지고

또 요즘엔 많이들 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아~

그런 건가?

 

4만원을 깎고 거금 20만원을 카드로 지르고는  

그 다촛점 렌즈 안경을 쓰고 나오는데 멀고 가까운 곳의 초점을 맞추지 못 해 무척이나 불편하다.

울렁거리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고 잘 보이지도 않고...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 쓰고는 사물을 봐야하니

옛날 어른들께서 코 밑 깊숙히 쓰시던 그 돋보기 안경이 생각났다.

한~ 열흘 쯤 쓰고 다니면 익숙해진다기에 그러려니 하고 어지러움을 애써 참으며 지냈지만

그 증상은 쉬 가시지를 않는다. 

 

보름 쯤 그 안경을 쓰고 다녔는데도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아서

다시 그 안경점에 찾아가 시력에 맞는 일반 안경으로 새로 맞춰왔다.

결국 그 다촛점 렌즈는 알만 빼서 서랍 깊숙이 처박아 뒀다.

어둡고 깊은 곳에 빠진 내 마음처럼 답답한 심정으로...

 

다촛점 렌즈...

그럴듯하게 생겨 가지고는 사람을 이리 고생시킨다.

돈 버리고 애 먹이고...

 

누군가가 그 렌즈의 사용 여부에 대해 물으면 결단코 말리고 싶다.

언젠가는 쓰게 될 거라고는 하지만 결국 돈만 버리고 말테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걸 소개해 준 그 안경점 주인이 미워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꾸만 퇴화되어 가는 것 같은 내 자신이 억울하기도 하다.

 

아~~!!

벌써 쌩쌩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오늘도 영하의 날씨..

추위야~

시간도 잠들게 꽁꽁 얼려라.

 

 

 

20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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