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18

2014. 10. 8. 10:26내 삶의 흔적들/얘기

 

 

 

 

아들아~

오늘은 엄마 아빠가 아주 횡재를 한 날이구나

분대별로 찍은 사진도 올라오고 편지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네 통(10/2, 3, 4, 5) 씩이나 왔으니 말이다.ㅋㅋㅋ~~

 

햐~~~~!!!

넘 멋지다, 울 아들

얼마나 기다렸던 사진인지...

 

군복 입은 모습은 오늘 첨 보는데 그래도 제법 잘 어울리네

울 아들 뿐 만 아니라 동기들 모두 다 늠름한 모습들이어서 참 보기좋다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에 찍은거라 아직은 모두 하얀 얼굴이다만, 지금은 아마 구릿빛으로 많이 변했겠지?

 

널 못 본지도 어언 3주가 지나고.. 벌써 4주차가 되었지?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보게되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 사진 보자마자 얼른 찍어서 엄마한테 보내 드렸다, 아마도 무지 좋아하실거다

근데..편지는 우째 조폭도 아닌데 왜 이리 우르르 몰려다닌다냐? ㅋㅋㅋ~

 

3주라는 시간이 이발을 해야 할 정도의 시간이란 걸 잠시 깜빡 잊고 있었다

입소 할 때도 짧게 깎고 갔었는데 벌써 또 이발을 할 정도로 자랐었구나, 시간도 참...

엄마 아빠가 느끼는 시간은 엄청 안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그렇게 흘러 갔었네

누구 말마따나 국방부 시계가 고급이라서 걱정 안해도 잘 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ㅎㅎㅎ

 

요즘 사격하느라 무지 힘들었지?

오늘 주간사격과 야간사격 2차를 마지막으로 사격시즌이 끝났다고 하시더구나

주간사격 시험 결과도 나왔더라

중사님 말씀으로는, 사격왕은 적지만 합격은 많이 나왔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3소대가 제일 잘 한다고...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가르쳤으면 더 잘했을거라고 하셨는데 스스로 잘 하려고 하는, 생각하는 훈련병이 좋다고 하시더구나

사회에서나 군대에서나 자기 스스로 알아서 노력하려고 하는, 성실한 자세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사람과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능동적인 자세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건 어디서나 마찮가지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더구나

아빠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울 아들도 늘 그런 자세로 모든 일에 임했으면 한다

잘 하겠지만 교관님의 가르침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잘 따라갔으면 좋겠다.

 

합격, 불합격은 알려주지 않으시고 성적 우수자만 교번을 적어 주셨던데...

1소대; 8

2소대; 9명

3소대;15명으로 제일 많더구나

1소대에서 사격왕이 1명이 나왔고 2,3소대는 없더라

근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울 아들 교번은 보이지도 않더구만...ㅋㅋ~

그래도 괜찮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는 거니깐...

사고없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잘 끝내서 고맙고 또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다, 장한 울 아들...

 

네 편지를 보니 그래도 사격훈련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힘들지만 그렇게 한 발 한 발 조금씩 나아가는거지 뭐..

인생에는 왕도란 없다는 거..잘 알지?

오늘 힘든 훈련으로 쏟은 땀방울은 내일의 미소가 된다는 걸 명심하고..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해 보는거야

 

네가 법당으로 갔다고 하길래 아빠가 부리나케 달려가 법당문을 열었었다

아들 얼굴 좀 보려고 법당 구석구석을 아무리 다 찾아봐도 네 얼굴은 안보이더구나

혹시나 다른 중대 사진에 섞여있나 해서 눈 빠지게 찾아 봤는데도 못 찾아서 많이 매우 엄청 열라 아쉽더라

좀 앞에서 찍지...이그~~~

그래도 위에 있는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대 대 대 대........... 만족이다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에 또 한 번 기대해 볼거다. ㅎㅎ

 

아들~

동기들끼리 분대별로 사진을 찍기만 했지 아직 못 봤지?

그래서 아빠가 한 장 보낸다, 볼 수 있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보며 돈독한 동기애도 쌓고 훈훈한 휴식의 시간도 갖길 바래.

 

오늘도 고생 많았고 수고 많았어

내일은 한글날이니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 잘 풀고 푹 쉬렴

가슴 졸이던 엄마 아빠의 마음도 많이 해동 됐으니 울 아들도 집 걱정 말고 맘 편히 지내

너만 잘 지내면 더 바랄것도 없는 거 ...알지?

사랑한다, 아들...

 

 

널 많이 보고싶은 엄마 아빠가...^^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20  (0) 2014.10.10
편지..19  (0) 2014.10.09
편지..17  (0) 2014.10.07
편지..16  (0) 2014.10.06
편지..15  (0) 2014.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