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쟁탈전

2007. 7. 14. 21:37내 삶의 흔적들/얘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속옷 쟁탈전

 

 

 

 

 

   오늘도 녀석은

내 트렁크 팬츠를 입고 거실을 활보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쯤 인가

작은 녀석이 축내는 식량이 배로 불어 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4살 많은 지 형보다 허리 싸이즈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6개월 

지 형이 입던 옷 들을 하나 둘 접수 하기 시작 하더니

이제는 내 옷에도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의 어느 날

샤워를 마치면 입을려고 준비해 둔,

새로 장만한 새 트렁크 팬츠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나하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길래

옷장에서 다시 꺼내 입고는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데

참나~

작은 녀석이 어느 새 낼늠 껴 입고는 모른 척 앉아 있네.

 

마~~

넌 왜 아빠 껄 입고 있냐?

했더니

이거 내껀데요?

이런다.

가만히 보니까.

95 싸이즈가 맞네.

이런...

 

집 사람이 내껀 줄 알고 내 옷장에 넣어 둔 거였다.

하긴 뭐 싸이즈가 95나 100이나 크기가 거기서 거기니까

착각 할 수 도 있지...

 

  초 4년인  녀석은 큰 놈과는 다르게 유독 트렁크만 고집한다.

꽉 끼는 옷은 질색이라나?

입다가 구석에서 잠자는 청바지도 집사람에겐 딱이다.

그래서 요즘은

녀석의 내의가 지 마음에 안 들면 아예 내껄 꺼내 입는다.

아래 위로.

그것도 아주 당연 하다는 듯이...

 

조만간

같은 싸이즈의 트렁크 팬츠를 장만 해야 겠다.

헛갈리지 않고 서로 기분 좋게 골라 입을 수 있도록...

 

 

'내 삶의 흔적들 >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쳐간 인연에 대하여  (0) 2007.07.14
소주 한 잔의 의미  (0) 2007.07.14
우문 현답  (0) 2007.07.14
성인 군자  (0) 2007.07.14
친구들아 고맙다  (0)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