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생각
얇은 몸 다소곳이 여미고 시커먼 얼굴에 앉아 있으려니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온다 나고 자란 그 집 비닐하우스 속의 열기에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득하기만 하던 그때의 시름도 전해오는 이 뜨거움에 놀라 다시금 내 피부에 되살아나고.. 인생이 다 그런 건가 이 더운 계절에 누구는 얼음과 팔짱끼고 맛깔 나는 오이냉국 되고 싶지 않을까 누구는 배낭 속에 고이 업혀 바위산 깊은 그늘에 등 기대고 싶지 않을까 덤덤한 집안에 조용히 머물다 바람 인 듯 어둠 인 듯 사뿐히 지나가는 저녁 시간에 내 몸 한 조각에 고른 숨 배어나는 촌놈의 어색한 미소를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인생은 아닌 듯하다. 근데.. 오이의 생각은 어떨지... 2009.06.08..진.
200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