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
해 질 무렵 벅찬 여명처럼 남한강이 물들면 산 어귀에 켜지는 불빛을 따라 강물 속에도 하나 둘 가로등이 비추고 산길을 돌아온 피곤한 시간들이 그 강위에 희미한 시선을 던지면 길을 밝히던 불빛은 어느 새 시린 눈망울을 서럽게 깜빡이네 조잘대던 바람의 유혹도 아카시아 꽃향기의 사무치는 애교도 뜨거운 한 낮의 거친 입김도 작은 마음 하나 잠재우지 못하니 해가 진 그곳으로 고개 내미는 코발트색 달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잠자는 듯 고요한 저 강물 위를 맨발로 살금살금 걸어가고 싶다 머리 가득한 무거운 생각과 떠나지 않는 마음속의 욕심을 던지며... 남한강을 바라보며... 2008.05.23..진.
200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