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위해 태어난다
가을을 위해 태어난다 나무는 가을을 위해 태어난다. 한겨울의 거친 풍파 속에서손과 발이 트고 갈라지면서도 알찬 종아리로 꿋꿋하게 버텨줬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 햇살 받으며 돋아나는 여린 잎새들. 내 머리카락을 닮은 녀석과 눈을 닮은 녀석들,그리고 귀를 닮고 코를 닮고 입술을 닮은 예쁜 잎새들... 저 잎들을 고이고이 길러내는건 가을을 위해서다. 가을 날, 뿌리까지 뽑힐 것 같은 광풍 속에서도 떨어지지 않으려 애쓴 녀석은 노란색의 얼굴이 되었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 온 몸을 떤 붉은 입술은 빨간 얼굴로 바뀌었고 올라오는 양분은 듬뿍 받았지만 뜨거운 햇살을 거부한 녀석은 주황색의 얼굴을 하고는 얌전하게 매달려 있다. 머리카락을 닮아 냉철한 솔잎은 여전히 푸른 기개를 자랑하고... 온 몸..
200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