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기도
거친 바위 피부 속 화석 같은 시간이 깨어 깊고 깊은 비밀을 걸러 내 모아 둔 마을 위의 작은 우물 홀로 지샌 시린 달빛이 아이의 꿈속으로 스며들 때 스산한 바람도 의연하게 새벽을 걸어 나오고 잠자는 아이의 귓볼을 스쳐 온 서리같이 풀 먹인 치맛자락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순결한 그곳을 찾는다 정안수 한 사발 살며시 떠내어 정갈한 하늘에 모셔두고 손금이 닳도록 열렬하던 님이여 구부렸다, 일어났다 연골이 닳아 눈물이 되어도 한 달에 한 번, 님은 언제나 거기 계셨다 무엇을 그리도 간절하게 빌었을까 무엇을 그리도 애절하게 원했을까 아무도 보지 않은 새벽하늘을 이고 졸린 눈 비비며 서 있던 감나무 가지위의 그 새벽은 님의 생각을 소상히 알고 있으련만 여전히 정화되지 않은 세상을 돌아 님의 기척을 찾아 기웃거리..
2009.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