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바람에 밀려 파도에 밀려 어디 한 곳 기댈 곳 없어 망망대해 떠다니다 손을 뻗어 손을 뻗어 무엇인가 잡으려고 발버둥 쳐도 파도는 차마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떠밀어 댄다 부딪쳐 멍들기 싫어 몸은 투명하게 변색 되고 서러움과 아픔을 기억해 내기 싫어 생각조차 없는 걸 어찌 파도는 멀리 멀리 보내려고만 하는가 손끝에 닿는 건 모두 내 아픔이다 행복에 겨운 웃음들도 내 아픔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건 내 삶의 전부다 표류하는 미생물... 무엇을 먹고 무엇을 위로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눈이 없어 보지 못하고 귀가 없어 들을 수 없지만, 파도여 나풀거리는 치마엔 절대로 손대지 마라 그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다 숨겨 둔 촉수를 꺼내 지나가는 시간들을 잡자 햇빛에 녹아 다시 깊은 해저로 가라앉기 전에 그 세포 하나하..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