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중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큰녀석을 데리러 학교에 갔다. 교정은 고요한 침묵에 묻혀 있고, 불 켜진 교실에는 순수한 꿈과 열정을 쏟는 아이들의 기가 넘쳐서인지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다. 이미 주차장은 나와 같은 사람들의 생각으로 꽉 차 있다. 밤 10시가 되자 한 무리의 하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그 많은 희망들은 어느 새 하나 둘 저마다의 친숙한 품속으로 빨려들 듯 찾아들어가고 나의 시선에 이끌린 녀석의 모습도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있다. 손을 흔들어 위치를 확인해 주고 반가운 얼굴로 녀석을 맞이해 주니 얼굴 가득 미소가 너스레를 떨며 차문을 연다. 눈빛이 영 피곤해 보여서 고생했다고 한마디 했더니 씩~하고 쪼갠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웃는 얼굴로 좀 더 힘차게 이루었으면 좋으련만.....
2009.07.16